실패해도 괜찮다면서 세상은 늘 우리에게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우라 한다.
어쩌면 실패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노력은 결코 당신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실패하지 않으려면 일단 노력하세요!“ 우리가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그 노력에 걸맞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밤을 새워 연습한다고 해서 누구나 BTS가 되지 못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기적이나 행운이 쉽게 우리 곁으로 날아들지 않는다.
지난해, 내 책의 주인공인이자 본인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중인 우리집 기타리스트. 만일 합격여부가 그간 들인 노력의 양에 비례해 정해지는 거라면, 그 아이는 원하는 예술대에 100번은 합격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사춘기 방황 후 스스로 갈길을 선택하고는, 매번 한계를 뛰어 넘어가며 성장해 왔기에 본인은 물론, 주변의 모두가 입을 모아 합격을 장담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 그러니까 입시 결과로는 실패인 셈이다. 수년간의 피나는 노력이 단 몇 초의 연주로 합격여부를 결정한다는 평가 시스템이 참으로 황당하고, 매우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책 출간 이후 본인이 선택한 길을 가던 그 아이는 결국 원하는 곳에 합격! 이런 극적인 마무리를 꿈꾸었고 열심을 다한 시간도 지켜봐 왔기에 당연한 결과라 여겼다. 하지만 내 아이를 내 뜻대로 키울 수 없는것과 마찬가지로 세상일도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연이어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예상 못 한 결과에 허탈했던 마음을 당사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하...노력도 배신하는 거 같은데...“
”나 지금 이런 기분이야. 엄마 트루먼쇼 알지?
마치 내가 그 주인공이 된거 같고, 세상이 나를 두고 몰래카메라를 찍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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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춥던 지난겨울, 한동안 연습실에 칩거하며 지난 시험과 그 과정들을 하나 둘 복기하던 아이는 어느 날 내게 이런 결론을 전해주었다.
”엄마, 내가 너무 절박했던거 같아. 한꺼번에 다 보여주겠다고 곡을 선택하고 연주한 것 같아. 그러니 즐기는 연주도 안되었을거고 심사위원의 입장에선 장점이 잘 안 보였을 것 같더라고.“
”중요한 날을 앞두고, 잔뜩 힘을 주기 보다 힘을 빼는 기술도 필요하다는걸 알았어. 미친 듯이 연습만 하기보다, 머릿 속을 비우고 쉬어주는 시간도 필요한거 같아.“
”그리고 기타를 잘 연주하고 싶다는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으니, 곡 만드는 것을 자세히 익히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입시이후, 두 세달의 시간동안 천천히 하나씩 정리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스스로 추스르며 다음 스텝을 위한 준비를 해나갔다. 패기넘치던 아이가 위축되고, 그 실패를 바라봐야 하는 안타까운 마음. 그리고 부모로서 재정적 지원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에 잠시 평정심을 잃었던 나는 어느 순간 그간 잘 유지해 왔던 ‘안전거리’의 경계를 넘어섰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 순간 멈칫! 난 여전히 미완성형 인간임을 다시금 깨닫고 선을 넘었음을 사과하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아이가 스스로 내린 분석과 나름의 계획을 듣는 순간, 나는 오히려 그 ‘실패’가 고마워지기까지 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반드시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는 믿는데, 아마도 ‘신이 이 아이를 더 단단하게 키우기 위해 이 시련과 깨달음을 준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건 어디까지나 내 마음이니까.ㅎㅎ
”그동안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 과정을 엄마가 봤으니, 그 자체로 완전 인정!
괜찮아. 쉴 만큼 쉬고 힘내서 다시 도전하자!“
세상일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 대부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실패와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 실패는 의외의 깨달음으로 우리를 이끌기도 한다. 실패를 비난하기보다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 마음이라면 우리 모두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잠든 아이들을 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려 본다.
실패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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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자녀와의 갈등과 진로고민을 덤덤하게 풀어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