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자라는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았지만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아이의 성장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잠들기 전 침대에 나란히 누워 내 얼굴을 쓰다듬는 아이의 동그란 얼굴을 바라보며 작은 입에서 나오는 기특한 말을 귀 기울여 들을 때면 그제야 아이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 얼굴 만지고 싶어."
"엄마, 내일도 재밌게 놀자."
작기만 했던 손이 어느덧 듬직하게 느껴지고 사소한 말 한마디 속에서 나에 대한 사랑이 느껴질 때 가슴 한편이 묵직해졌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아이의 성장을 온전히 나의 눈과 머릿속에 담고 싶었는데... 그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겨울에서 봄이 되듯, 벚꽃이 지고 푸른 잎이 돋아나듯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아이는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2017년 어느 봄날 우리 집 꼬마가 처음으로 집에 왔을 때 너무나도 작은 그 모습에 때론 미안하기도 하고 때론 감사하기도 했다. 작은 울음에도 작은 재채기에도 작은 찡그림에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초보 엄마는 가끔은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현실에 우울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 여린 아이의 웃음에 아이의 작은 몸짓에 기뻐하고 행복했던 평범한 엄마이기도 했다. 작고 가냘픈 아이를 어떻게 키워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던 철없던 엄마는 그렇게 아이와 함께 매일매일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엄마가 된 지 48개월 아직도 아이의 새로움은 낯설고 가끔은 나에게 당황스러움을 주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나를 엄마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늘 해왔던 것처럼 무난하게 그리고 감사하게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쑥 커버린 아이의 모습을 또 만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