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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윤 Jun 02. 2021

동생이 생긴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저녁 9시가 되었다. 들에게 읽어주던 책을 덮고 어김없이 같이 침대에 누웠다.


5살 아들이 유치원생이 되어 엄마인 내가 제일 좋았던 점은 밤에 일찍 자는 것이다. 어린이집과는 달리 낮잠을 자지 않은 유치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와 저녁을 먹고 놀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하품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8시가 넘으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정리하고 보고 싶은 책을 들고 침대로 온다.


"신나는 겨울 축제? 어제 봤던 책인데 또 볼 거야?"

"응. 나는 이 책이 제일 좋아!"


두 눈을 반짝이며 며칠 동안 몇 번을 봤던 책을 또 가져와서 내 옆에 바짝 붙었다.


"엄마~ 빨리 읽어줘!"


하도 많이 읽어서 이제는 내용을 거의 외웠을 텐데도 빨리 책을 읽어 달라고 재촉하는 5살 아들이다.


시계가 9시를 가리키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유치원의 일상을 물어본다.


"오늘은 뭐하고 놀았어?"

"그냥 친구들이랑 놀았어."


"점심은 뭐 먹었어?"

" 밥이랑 국이랑 먹었어."


요리조리 물어봐도 엄마의 물음이 시원찮은지 아님 질문 답하는 게 귀찮은지 아들의 시원한 대답을 듣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 또 물어본다.


"오늘 제일 재미있었던 일은 뭐야?"

"없었어."


"그제일 싫었던 일은 뭐야?"

"없었어."


여전히 돌아오는 무심한 대답.

치사한 녀. 나는 자문자답하듯 혼자 대답을 했다.

 

"엄마는 서진이가 저녁에 밥이랑 반찬 맛있게 먹고 엄마 최고 요리사!라고 말해줘서 기분이 좋았고

요즘 짱짱이가 많이 커져서 배가 나와 움직이는 게 불편한 게 싫어라고 대답했다."


엄마의 대답을 들은 녀석이 조심스럽게 나의 질문에 늦은 대답을 해준다.


"나는 엄마가 맛있게 밥을 해줘서 너무 좋았고

짱짱이가 태어나면 엄마를 못 보는 건 싫어."



비슷한 듯 다른 대답.



얼마 남지 않은 둘째 출산을 앞두고 내 딴에는 아이에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엄마가 동생을 낳으러 가면 열 밤도 넘게 엄마를 못 볼 수도 있다고,

그러면 아빠랑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야 한다고 말해주곤 했었다.

그 말이 아이의 마음속에 어떻게 담겨있었을까?






5살 아직은 어린 나이.  하지만 생각보다 기특한 나이.


한참 어리광을 부리고 고집을 부리다가도 엄마가 몸이 무거워 힘들다는 말 한마디에 나를 안아주면서 엄마 미안해 라고 말하는 아이.

신나게 킥보드를 타고 들어와 문 앞에 놓여있는 택배 상자를 엄마 힘들까 혼자 낑낑거리며 문 안으로 넣어주는 아이. 

나는 나도 모르게 훌쩍 커버린 아이가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엄마의 몸이 무거워져서 나를 맘껏 안아줄 수 없다는 것

엄마가 동생을 낳으러 가면 엄마를 오랫동안 볼 수 없다는 것

나만의 세상을 나눠 써야 한다는 것


5살 아이에게 동생이 태어난다는 것은 마냥 반갑고 즐거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곧 동생을 만나게 될 첫째에게 해줘야 할 말

동생이 태어나면 엄마의 더욱 커진 사랑을 너와 동생에게 나눠주는 거라서 너에게 가는 사랑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욱 커진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다.



"서진아. 곧 만나게 될 생은 아가라서 서진이처럼 클 때까지 엄마가 도와줘야 해. 동생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질 때까지 좀 기다려 줄래?


아가였던 우리 서진이가 혼자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엄마가 많이 도와줬거든. 그래서 서진이가 이렇게 혼자 스스로 할 수 있게 멋지게 큰 거야.


이번엔 우리 서진이가 동생이 클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줄래?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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