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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숲 May 16. 2020

친구야 네 잘못이 아니야

02. 우리가 겪는 실업의 어려움에 말 걸기

얼마 전 카페에서 실직 중인 친구를 만나서 위로받고 위로했던 이야기를 했다. 나도 건강때문에 일을 관두고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쉬는 것이 아니라 '실직'이라는 딱지를 내 가슴 한켠에 붙여두었지만, 건강회복은 구직만큼이나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여성들 사이에서 발생률이 증가했다는 여성 질환을 나도 겪고 있어 건강 이야기도 나중에 나누고 싶다.


취업 면접에서 떨어져, 자꾸 '일을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친구에게 "좋은 일자리가 또 있을거야."하고 말했다. 또 실직이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도.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다면 마음의 불안과 초조함을 덜 수 있었겠지만 1년이 채 되지 않는 계약을 했던 친구나, 자발적인 퇴사를 한 나의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심적인 스트레스와 건강 때문에 퇴사를 선택해도 바로 구직 전선에 뛰어들어야하는 이유이다. 건강이 그 이유라면 일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아프다는 것을 사업주와 의사가 증명해주어야한다.(의사는 이해가 되는데 사업주는 왜...?) 관두는 입장에 이런 것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은데, 수당을 타기위해 내가 얼마나 아픈지 증명하는 일은 괴롭다. 개인적인 질병에 대해서 회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단기 근무를 하는 일 중에는 기간제 교사가 있다. 이들은 정규직 교사의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로 비정규직으로 6개월을 일하며(혹은 1년) 정규직 교사가 했던 업무와 차이 없는 업무를 한다. 수업, 시험 출제 및 책점, (부)담임, 행정업무, 동아리/부서 담당, 탐방/실습, 교내 행사 준비, 학부모 면담 등. 


낯선 학년의 수업 준비와 시험문제 출제, 행정업무 감당을 위해 밤과 주말에도 일을 한다. 그러나 계약한 기간이 끝나면 또 그로인해 실업과 생활의 어려움을 주기적으로 겪게 된다. 6개월~1년의 근무에 익숙해지는 것도 힘들지만, 6개월이 실업급여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기간제 교사는 임용 고시(공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 후보자 선정 경쟁시험)를 통과하지 못한 교원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교사를 말한다. 이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지만, 같은 처우를 받지 못하고 일터에서는 '귀찮은 일'을 떠맡기도 한다. 임용 고시는 치솟는 경쟁률로 특히 국영수가 아닌 비주류 과목의 교사는 통과하기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다. 의사가 되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도 있다. 지역별로 지원자는 많은데 TO는 너무나 적기 때문이다. 비주류 교과목의 교사는 낙타가 되어 바늘 귀를 통과해야한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행정업무가 많아 수업 준비보다 행정 업무에 쏟는 시간이 더 많다는 우려도 있는데, 행정인력 충원이나 기간제 교사의 문제는 다뤄지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결국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들이 기간제를 전전하다가 착취되고, 지쳐서 떨어져나가고 마는 상황은 계속 일어난다. 학교에서 그들은 짧은 기간 동안 주어지는 막중한 책임(정규직 교사와 똑같은)을 소화하다가 사라지고 잊혀지고 만다.


나는 교사의 일이나 임용고시 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여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글을 쓰지 말까 싶다가, 주위의 기간제 교사들의 증언을 들으면 들을 수록 화가나서 이 글을 적어본다. 친구의 잘못이 아니라면, 누구의 잘못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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