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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숲 May 13. 2021

새벽녘, 다시 혼자가 되어

연락이 안닿았던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잘 지내냐고. 친구가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답장을 해온다. 그동안 연락을 못해서 미안해.


서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면서, 친구도 참으로 바빴던 모양인지 근 몇 년간 그가 내게 먼저 연락을 해오던 일이 거의 없었다. 나도 명절이나, 새해를 축하하며 손에 꼽힐 정도로 가끔씩 연락을 했다. 늘 내가 먼저 연락했으니 서운하다, 라고 생각하기에는 나도 연락이 뜸했다. 


나는 그 날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친한 친구를 포함해, 오래 못 본 친구, 대학 선배 등에게 연락을 돌렸다. 성당에 가서 산만한 성체조배를 하고, 부모님 집을 찾아가 아무 이유 없이 점심을 같이 먹고, 엄마의 한탄을 들어주었다. 언니의 방을 치우고, 빨래를 개고, 나이가 많은 개를 산책시켰다. 한 시간이나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시간이 남았다.


주위에 연락을 돌린 이유는 일을 관두고 다시 혼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나?' 의문이 든다. '왜 소중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못 만나고 있지? 연락도 제대로 못하고 말이야.' 새벽녘 잠에서 깨어나, 그런 생각에 불쑥 두려움이 찾아온다.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고되지만 의미를 느낄 수 없는 일들로 가득찰 때 숨을 고르고 멈추어섰다. 

나의 노동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좀 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혼자가 아니라, 협력하며 일하고 싶다. 

서로 존중하며 일하고 싶다.

그런 욕구가 차고, 차올라서 이제 그만 떠나야할 때에 일을 관둔다. 


일을 관두고 나면 외롭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다시 일을 해야하나? 그런 우스운 생각이 들면서 슬퍼진다. 여러 다채로운 경험들이 사람을 빚는다면 내가 거쳐간 사람들과 거쳐간 일들은 나를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고민이 되는 것이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바는, 모든 일에는 사랑이 숨어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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