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는 우리집에 온지 딱 한달째 되는날 이름을 알아듣기 시작했다. 약 3주간은 나부터가 고양이라는 처음보는 존재에 적응하느라 (아닌 척 했지만) 진땀을 뺐고, 그림이라는 이름이 입이 붙는데도 그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부터는 고양이랑도 조금 친해지고 이 아이와 소통해보려는 여유가 생겼던 것 같다.
고양이에게 이름을 알려주려면 맛있는 게 필요하다. 아기 고양이때 여러가지 맛을 접해봐야 한다고 해서 갖가지 간식들을 조금씩 산 적이 있다. 그 중 네모낳게 큐브 모양으로 생긴걸 트릿 이라고 부르는데 북어, 열빙어, 연어, 참치, 무슨 간(?), 계란 노른자 등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이 아기 고양이가 뭘 좋아할 지 모르니 아주 작은 용량으로 나누어진 파우치를 여러개 샀었다. 그림이는 북어를 가장 잘 먹었고, 소고기, 열빙어, 연어는 먹다 안먹다 했고, 계란 노른자 같은 건 아예 맛도 보지 않았다.
그래서 북어를 본격적으로 더 사서 이름부르기를 시작했다.
그림아~ 부르고 하나 주고, 조금 뒤로 가서 또 그림아~ 부르고 하나 준다. 트릿을 잘 받아먹으면 조금씩 자리를 이동하면서 그림이의 이름을 부른다. 이 때 반드시 이름을 부르고 반응을 하면 트릿을 줘야한다.
그렇게 한 2~3일 정도를 했던 것 같다. 알아들을 때도 있고, 못(혹은 안?) 알아들을 때도 있었다. 긴가민가 하면서 그래도 한번 시작한거니 계속해봤다.
그림이가 우리집에 온지 딱 한달째 되던 날, 주방에 있다가 거실로 나갔는데 그림이가 보이지 않아 그림이를 한번 불러봤다.
그런데 저 멀리 의자에서 그림이가 깡총깡총 뛰어 오는게 아닌가. 내 목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뛰어오는 아기 고양이가 얼마나 기특하고 예쁘던지. 그 때 느낀 경이로움은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다.
삐쭉삐쭉 털이 선 아기 고양이가 내게로 와 이제는 그림이가 되었다.
그림이가 보이지 않을 때 그림아~ 하면 그림이가 어디선가 나타난다.
이름을 부르면 한달음에 달려와주는 존재가 있다니, 감사한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