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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고양이 츄르 하나 더 준다

by 고은유

그림이가 유독 나를 찾을 때가 있다.


내가 앉아 있으면 그 옆에 와서는 저도 다소곳이 앉는다.


"먀옹-"


"그림이 왜~ 뭐 필요해?"


"우웅-" (그림이는 '웅'이라고 대답을 잘한다.)


"배고파?"


"..."


"놀까?"


"...웅..."


이 중에 답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답을 내놓을 차례.


"츄르?"


"꺄-갸갸갸-갸"


미간을 찡긋 하며 흥분과 신남의 채터링을 하며 내게 걸어온다.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으면 내가 앉아 있는 의자에 앞발을 걸치고 나를 올려다본다. (귀엽다)


츄르를 줄 시간이 아닌데 이러면 좀 곤란해진다.


마음이 약해진 나는 츄르를 줘야할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아까 둘째가 30% 정도 먹었으니 부족했을거야. 조금만 더 주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고양이는 츄르 끝- 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론가 걸어가서 그루밍을 한다.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요구를 하면 뭔가를 주게 되어 있다.


누군가 요구를 하면 요구를 받은 사람은 그를 도와주기 위해, 아니면 자신에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아니면 달래기 위해서, 아니면 보이지 않는 압력을 느껴서 요구에 응답하게 되어 있다.


나는 부탁이나 요구를 잘 하지 못하는 편이다. 상대방을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혹여나 피해가 될까, 혹은 신세지기 싫어서 그렇다.


그런데 주변에는 부탁을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있다. 별거 아닌 일도 잘 부탁하고, 또 누군가는 그런 부탁을 쉽게 들어준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혼자서 해결하려고 끙끙대는 것보다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게 지혜로운 것 같단 생각이 많이드는 요즘이다.


신세를 지고, 신세를 갚고 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예전보다는 조금씩 해보고 있다.


우는 고양이 츄르 하나 더 주고, 부탁하는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주는 세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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