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연주 Jun 16. 2022

고통에 대한 짧은 고찰

고통으로 고통을 피하는 법

요가를 할 때 힘든 동작을 유지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땀이 삐질삐질 나오고 온 몸이 후들거린다. 짧게는 30초에서 길게는 몇 분 동안 온전하게 신체적 고통을 느끼며 고통 안에서 고통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 고통은 무엇일까. 나는 왜 이렇게 고통을 겪어야 할까. 이 고통이 언제 끝날까. 이 고통은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느 날은 ‘혹시 인생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 내가 요가로 이렇게 고통을 겪으면 앞으로 다가올 내 인생의 고통이 상쇄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란 생각에 까지 도달 앗다. 그렇기만 하다면 나는 이 고통을 매우 기껍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세상 풍파 안에서 겪는 고통에 비하면 요가를 하면서 느끼는 이 신체적 고통은 별 것 아닐 수 있으니까.


요가가 끝나고 차를 마시는 시간에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다.


"선생님, 제가 요가를 하면서 고통을 겪는 것으로 제 인생의 다가올 고통이 다 해소되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사람의 인생에서 고통의 양이 정해져 있고 그걸 어떠한 방식으로든 다 써버리면.. 저의 경우는 요가로요. 그러면 저에게 어떠한 고통도 오지 않는 게 아닐까요?"


"음.. 그건 모르겠는데, 적어도 요가를 하면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어요. 요가를 하면서 느끼는 고통을 점점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고통과 나를 분리하는 연습을 할 수 있거든요."


안타깝게도 요가의 고통으로 인생의 고통을 대체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요가의 고통으로 다른 고통이 오지 못하게 막아보려는 의욕으로 며칠 요가를 열심히 했는데 다 소용없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지만 희망은 있었다. 다른 고통은 언제고 올 수 있지만 요가를 하면 그 고통을 이겨낼 힘을 기를 수 있다고. 인내심을 기를 수 있고 고통을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다고.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정말 그런 것인지 알려면 일단 고통스럽게 요가 수련을 하고서 다른 고통을 겪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잖아.


결국은 이러나 저러나 고통스럽구먼.

 

작가의 이전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