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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나처 Nov 18. 2024

목욕하는 날

스토리 #13

너무 덥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숨이 턱 막히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어르신들 목욕하는 날입니다.

더불어 요양보호사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요양원에서는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어르신들 목욕시켜 드립니다.

매일 세안과 손발은 씻겨 드리지만 전체적인 목욕은 일주일에 한 번 합니다.

물론 사이사이 오물이 묻거나 어르신 용변 실수하시거나 하면 수시로 해 드리기도 합니다.

목욕하는 날이면 2인 1조로 목욕 침상에 어르신을 모시고 가서 실시합니다.

목욕하는 조는 늦어도 11시 전에 끝내야 합니다.

11시 이후에는 어르신들 점심식사 준비 해야 하니까요.


목욕하는 조가 아닌 다른  요양보호사들은 여섯 명이 하던 일을 넷이서 해야 하며 다른 날 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어르신들 목욕 준비 도우며 침상에 물품 (패드, 이불, 베갯잇 등)들 교체해 드려야 합니다.

또 목욕하고 나오신 어르신들 의복 정리와 머리 말려 드리기 등 다른 날보다 바삐 움직이고 뛰다시피 다녀도 미처 마무리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목욕하는 팀이 11시가 넘어서 나오자 밖에서 일하시던 요양보호사가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목욕 늦게 끝내고 나와 밖에서 힘들었다는 이유입니다.

물론 목욕시켜 드리는 요양보호사들은 덥고 습한 열기 속에서 어르신들 씻기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오늘 수선화님이 목욕 도중에 계속 변을 보셔서 늦어졌다고 합니다.

이 더운 여름 다 각자의 자리에서 힘들 텐데 조금만 이해해 주면 좋으련만 서로 화 내고 눈 흘기며 다투는 모습에 보는 저는 그냥 안타깝기만 합니다.

당연히 저도 그 그룹에 있습니다.


제도상 어르신 2.3분당 요양보호사 한분 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근무 형태가 주간, 야간, 휴무로 되어 있다 보니 주간 근무 시엔 어르신 여덟 분을 요양보호사 한분이 케어하게 되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보호자들이 원하는 만큼 세심한 보필이 어려울 때가 많이 발생합니다.


하루빨리 제도가 개선되어 요양보호사들이 나름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 지길 바랍니다. 

요양보호사들은 자식들이 할 수 없는 아주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부분은 우리 모두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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