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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나처 Dec 04. 2024

오해 속 서운함

스토리#20

낙엽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휘저으며 흔들리는 것을 보니 밖에 바람이 많이 불고 있나 봅니다.

예전엔 바람 불면 창틀도 흔들리고 문풍지도 덜덜 떠는소리를 냈지만 지금은 시설이 아주 좋아져서 나뭇가지가 흔들어 주지 않으면 실내에선 밖의 날씨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장미꽃님이 콜벨 누르셔서 가보니 아드님께 전화가 왔는데 전화기가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해서 못 받았다고 하십니다.

침상 밑으로 전화기가 떨어져 서 주워드리고 나오려는데 장미꽃님 전화벨이 울려옵니다.

전화기 폴더를 열고 받으시려고 하는 순간 전화기에 표시된 전화번호를 보니 스팸 번호인 것 같아 “어르신 받지 마세요” 하고 다급한 소리로 장미꽃님 전화기 폴더를 닫아 드렸습니다.

보통 어르신들 전화 오면 첫째 아들. 막내딸등 이름이 표기되기 마련인데 전화번호만 표기되어 있어 스팸 전화인 줄 알고 받지 못하시게 습니다.


그런데 다시 벨이 울리고 장미꽃님이 전화받으시더니 “우리 아들이 바꿔달래요” 하시며 전화기를 제게 건네어주셨습니다.

“여보세요?”

“왜 저희 어머님한테 전화받지 말라고 명령해요?”

느닷없이 화를 내는 소리가 수화기 건너에서 들려왔습니다.

“무슨 말씀 이세요?”

“내가 조금 전에 전화했더니 간병사님이 전화받으면 안 된다고 명령조로 말씀하셨잖아요?”

참 억울하고 서운한 순간이었습니다.

“여보세요 보호자님 간병사 아니고 요양보호사이고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으려 하시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씀드렸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됐나요?”

5분 이상 설전이 오고 갔습니다.


그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장미꽃님 핸드폰은 폴더폰이었고 폴더를 여는 순간 통화가 연결되도록 설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벨이 울렸을 때 폴더를 열어 통화 연결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저는 전화번호를 보게 되었고 아들 이름이나 그 어떤 표시도 없는 번호라 스팸으로 오해하여 장미꽃님께 다급하게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보호자님은 앞뒤 정황을 모르시고 장미꽃님께 무례하게 하는 말투로 오해하고 화를 내셨던 것입니다.



이런 사례는 종종 발생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요양보호사 들은 억울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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