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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나처 Dec 18. 2024

해고된 젊은이

스토리#26



이름 모를 새가 창가에 와서 부리를 부딪힙니다.

아주 작고 예쁜 새입니다.

혹 무리를 잃고 혼자 외로이 갈 곳이 없어 헤매고 있는 것 같아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창 안쪽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았을 텐데 달아나지 않고 무한 반복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오고 싶어 안달 난 몸짓 같습니다.


“저 새는 유리창이 안 보이나 봐”

“왜 자꾸 여기 들어오려 저렇게 애쓰지?”

하며 창밖 새의 행동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먹이 활동 하는 거예요”

사과나무님이 면회가 실 준비를 하고 거실에 나와 계시다가 우리들 대화를 들으시고 말씀하십니다.

“거미줄에 걸려 죽은 곤충들 먹고 있잖아요?”

그러고 보니 유리창 외부에 거미줄이 쳐져있고 그 거미줄에 많은 곤충들의 사체가 매달려 있습니다.

“내덕에 한 가지 알았죠? 허허허” 하시며 소풍전날 어린아이 표정으로 보호자들을 만나러 가셨습니다.


약 10분도 지나지 않아 사과나무님이 오셨습니다.

자식들이 와서 집으로 모시고 갈 거란 기대를 갖고 한껏 부푼 마음으로 만나러 가셨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그럴 수 없다고 했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보호자들 마음도 불편하셨겠지만 부푼 마음 송곳으로 찔린 듯했을 사과나무님의 실망감은 누구도 가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방으로 모시고 침상에 오르시기 전 하마같이 부피가 큰 패딩점퍼를 벗겨 드리려 하니 화를 벌컥 내십니다.

“놔둬요”

“어르신 점퍼가 두꺼워서 침상에선 벗고 계시는 게 편할 거예요” 

“아 싫다니까”

한참을 고함지르시며 이동 지원해 드리는 요양보호사들을 힘들게 하셨습니다.

아무리 사과나무 님이 우리를 힘들게 하셔도 우리는 참아야 합니다.

멀지 않은 날의 우리들 모습 일지도 모릅니다.


아뿔싸!

30대 젊은 요양보호사가 참지 못하고 “어르신 계속 이러시면 그냥 휠체어에 앉아 있게 할 거예요”

“뭐라고 이 녀석 너 혼나볼래?”

“맘대로 해 보세요 씨발” 

젊은 요양보호사를 강제로 데리고 나오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더 세고 심한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 젊은 요양보호사는 오늘 해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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