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46
간식시간에 나온 단호박찜을 어찌나 맛있게 드셨는지 어르신들 입 주변과 손에 노란 단호박이 잔뜩 묻어 있습니다.
우리들은 물에 적신 수건을 들고 입과 손을 닦아 드리며 간식 드신 자리 뒷정리를 합니다.
바닥에도 흘려져 있고 흘려진 단호박을 밟고 다니며 이리저리 다 묻혀 놓는 어르신도 있기에 한참을 치워야 합니다.
벚꽃님이 입가에 단호박이 묻어 있는 채로 휠체어를 밀며 나오십니다.
"어이 이리 좀 와요 창틀 왜 안 닦았어요?"
"화분도 내다 놓으라고 했는데 왜 그냥 있어요?"
2호 방 앞에서 밤꽃님께 호통을 치십니다.
"저게 왜 저래?" "미쳤어 미쳤어" 하시며 밤꽃님이 자리를 피하십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누군가를 부르십니다.
"덕호상 덕호상"
"빨리 와서 저 옷장 좀 옮겨봐요"
한참을 이방 저 방 다니시며 이것저것 지시를 하십니다.
아마도 벚꽃님은 대 청소를 하시려나 봅니다.
참 많이도 시키십니다.
한 달에 한두 번 하는 행사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한국말로 하시니 알아들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벚꽃님이 하라는 대로 하는 시늉만 하면 되니까요.
가끔 일본말로 하실 때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못 알아들으면 벚꽃님은 더 큰소리로 역정을 내십니다.
미치고 환장한다는 말 이럴 때 하는 말인가 봅니다.
벚꽃님은 젊어서 일본에서 살으셨다고 합니다.
아마도 집사가 있는 큰집에서 살으셨을 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평소에는 너무도 점잖으시고 좀처럼 큰소리로 말씀하시는 것을 본기억이 없습니다.
어찌나 깔끔하신지 벚꽃님 침상 주변에는 머리카락 하나 먼지 한점 없습니다.
식사하실 때도 밥한 톨 흘리지 않고 어쩌다 흘리시면 바로 치우셔서 항상 깨끗한 모습으로 계십니다.
오늘처럼 기억이 과거로 돌아가는 날이면 옷에 오물이 묻어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당신이 하시고 싶은 것에만 집착하십니다.
약 20분 정도면 끝나지만 너무도 빠르게 이방 저 방 다니시니 벚꽃님 따라다니며 시중드는 일이 버겁기도 합니다.
그래도 95세임에도 아직 근력이 있어 호통치며 다니실수 있으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