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그리며
여우고개 너머 초록 들판이 일렁이는 곳에서 우린 내렸다
두 정거장 앞서 내렸다
내리쬐는 볕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들썩 거리는 모포기들
그 사람 가슴도 내 가슴도 그랬다
울퉁 불퉁한 신작로 길을 걸었다
걷고 또 걷고
돌멩이들이 발바닥을 괴롭히고
차 바람에 먼지가 달려들었지만
우리 눈엔 날리는 꽃잎만 보였다
꼭 잡은 손에서 흥건한 애정이 배어나고
한껏 멋 부려 신은 새 검정 구두
뽀얀 색으로 변해버렸다
그래도 우린 그 길이 좋았다
시를 그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