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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환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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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리 Dec 19. 2020

죽음의 된장찌개

저승의 맛과 삶

나는 엄마가 밥숟갈을 뜨라고 해도,

된장찌개가 다 식기를 기다렸다.

미적지근함 사이로 서서히 냉기가 서린다.

입안으로 밀어 넣어봤다. 이 세상 맛이 아니었다.

따뜻한 어머니 품 같았던 된장찌개는 다 식으니

시골 어느 장독대를 연상케 했다.


이 추운 겨울에 어딘가에 묻혀있을 된장을 떠올리니 사람, 돈, 동물, 식물, 쓰레기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땅바닥에 묻혀있는 그들은 이승의 삶이 아닐 것이다. 나는 저승의 것을 입안에 밀어 넣었다.

한입, 두입, 밀어 넣었다. 먹기 싫은 것을 먹으니,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는 거부의 심장소리와 저항하는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는 살아 숨 쉼을 느꼈다.


나도 언젠가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앞으로 백 년 뒤에 누군가의 입에 들어갈

된장의 거름이 될 수도 있고, 땅속에 묻혀서 나무의 거름이 될 수도 있고 운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몰라도 재개발지역에 묻혀서 내 위엔 커다란 아파트가 생길 수도 있다. 왠지 땅에 묻히긴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는 삶, 아래는 죽음.


이 세상은 그것뿐이다. 그것뿐이라서,

그것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복잡한 관계나, 복잡한 문제, 본 적 없는 절망의 미래,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배우자.

그것들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런 득도 없는 생각을 하며 기운 빼고 축 쳐져서 있을 바에 살아 움직이는 편이 낫다.

나는 죽음의 장독대로 나를 밀어 넣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 몸뚱이를 빌려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나를 통하여 많은 순간들을 느끼고 싶다.

밥숟갈을 내려놓으니 죽음의 잔상들이 어지럽힌 머릿속이 잠잠해졌다.


설거지를 하며 머릿속을 정돈시켰다.

식기류는 식기류대로, 밥그릇 국그릇 반찬통.

가지런히 정돈해놨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삶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면 되는 것,

그것 이상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를 위한 삶과 노력에 몸과 마음을 담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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