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간 속에 정체된 우리
정말 오랜만이네요 거의 1년도 넘게 브런치를 열지 않은 거 같아요. 공교롭게 때마침 추석이기도 하고 겸사겸사 글을 써봅니다. 사실 저는 지금 고속버스 안입니다 3시간 30분이면 서울에 도착한다 해서 예매한 버스가 고속도로위에서 교통체증으로 인하여 세 시간 정도 지연될 예정이라 합니다
낮시간 환한 햇빛이 비출 때 저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책들은 빛이 없으니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서울로 향하는 현재 저는 이 어두운 버스 안에서 무엇을 할까 생각을 잠시 했다가 오랜만에 저의 생각을 글로 써내려 가는 중입니다.
우선 저는 다시 재취업을 했습니다
이것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와중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곧 입사한 지도 한 달 차가 되어갑니다.
왜 이 상황이 마냥 기쁘게 또는 슬프게 받아들일 수 없느냐 저의 약 2년 6개월간의 시간을 압축하여 말씀드리자면 저는 영상업계로 한번 취업을 했다가 몸이 성치 못한 상태로 퇴사를 했었고 퇴사를 한 김에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보면서 돈벌이도 시간 구애받지 않고 해결해보고 싶어서 영상 제작 프리랜서로 외주도 받아봤고 단편영화 편집도 해봤고 유튜브 채널도 개설하고 다른 유튜브 채널의 편집자로도 일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영상업계에서 제가 일을 하고 외주작업을 이어가기에는 저의 정서가 프리랜서 영상제작 생태환경과 맞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에 들었고 다른 업계로 취업을 하기 위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3D모델링을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공부를 하던 중에 창업에 꿈을 가졌고 창업을 하기 위하여 구직활동을 멈추고 창업을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다 창업을 하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본을 모으기 위하여 다시 구직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동안 만들었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여러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넣었고 때마침 연락이 온 곳이 제가 가진 기술이 필요하나 적용하기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업계여서 하루하루 정신없고 긴장감이 감도는 시간을 자주 보내고 있는 요즘이었습니다. 어찌 됐든 인생은 흘러가지만, 흐르는 인생 속 선택기로에 섰을 때는 나름에 계획이 있었고 계획대로 알맞게 흘러가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퇴사 후 다시 재 취업을 한 현재까지의 저의 인생이 고속도로위에 정체되어 있는 시간과도 절묘하게 싱크로율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구에서 서울까지의 표를 알아보았습니다 2주 전부터 KTX 표를 알아보았지만 이미 매진이었고요. 그래서 고속버스티켓을 알아봤고 운이 좋게 좌석을 구할 수 있었죠. 저는 이미 늦은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빠른 길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대하여 더 이상의 최선을 고민하지 않고 생각을 내려놓았고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늦은 것도, 고속버스를 끊은 것도 뭐 잘못은 아니죠, 하지만 안일함은 잘못이었던 것 같습니다. 명절에 고속도로가 막힐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는데 저의 안일한 태도가 그 당연한 사실에 연막을 쳐놓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황금과도 같은 연휴시간을 이렇게 오도 가도 못하게 정체된 고속도로 위에서 자아성찰의 시간으로 쓰게 됐습니다.
물론 이런 저도 어느 순간에는 상당히 깐깐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깐깐해집니다. 그래서 그럴 때는 남의 시선 표정, 작은 행동부터 하나하나씩 살펴보며 눈치를 보게 되지요.
타인을 그렇게 극진히 신경 쓰면서 자신의 삶에 안일해서는 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렇게 노력을 했다면 정작 자신은 어떻게 돌볼까요?
누가 뭐래도 저의 인생인데요 최선을 고민하지 않았던 경솔했던 시간들 한 번의 결정으로 모든 것을 결정지으려는 오만함들이 인생에 세세한 부분들을 비틀어놓고 아주 일상적인 순간 속에서 조차 정서적 갈등이 생기고 그 상처들로 인해 삶의 의지가 꺾여나갔던 순간들, 인생을 살아오며 겪고 만났던 무섭고 커다란 상처들이 내가 받아서 과연 괜찮을까요,
결국 다 드러날 것이고 주변으로 가장 가깝게 지냈던 소중한 가족, 친구, 연인, 동료들에게 모두 드러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긍정도, 부정도 연쇄적이고 퍼져나가는 성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흔히들 말하는 선한 영향력은 소수로부터 퍼져서 지역사회를 살리고 나라경제도 살리지요, 남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저는 긍정을 담아 사람들의 인생에 위로가 되고 삶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안일하게 지금처럼 대했다가는 처음의 결심은 오래 못 가서 부정적인 기운이 감도는 사람이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저의 시간과 선택을 최우선으로 잘 돌보려고 합니다 사소하게 틀어질 수 있는 부분도 저의 마음을 보살피고 스스로에게 안일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게 어쩌면 가장 이타적인 삶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