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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사진방 Jan 04. 2024

영화의 시간, 사진의 시간

사진수다

   시간이 흐르자 감각은 경험이 된다. 영화가 상영되자 시간이 흐른다. 사진을 볼 때 시간은 멈춰있다. 청재킷을 입고 바위에 올라앉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자는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의 내 모습이다. 과거의 한 순간과 지금의 한 순간이 겹친다. 이것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아니다.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와 지금의 간극은 매워질 수 없다. 영화의 물리적 속성은 사진과 닮아있다. 아니 아주 많은 사진의 연속이다. 이 연속이 착시에 불과함과 상관없이 시간의 흐름을 경험하게 한다. 사진과 영화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강은 시간이다. 시간이 배제될 때 대상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그림에는 대상이 없다. 대상의 그림이 있을 뿐이다. 그림이 대상을 밀어내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반면 사진은 스스로를 숨기면서 대상을 드러낸다. 

   호흡명상을 하다 잡념이 사라지지 않으면 가끔 숨을 멈추곤 한다. 숨을 멈추면 시간이 멈춘다. 마음은 고요해진다. 그 고요함은 물속에 들어가 있을 때와 비슷하다. 이런 고요함 속에서는 작은 마음의 떨림도 느낄 수 있다. 생각이란 것이 떠오를 것인지 알 수 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고 시간이 평면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이 멈춤에 매료되어 사진을 찍게 되었을까? 시간의 평평함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시간이 멈춘 영화는 가능할까?

   시간에 대한 사진은 어떨까? 가능한 것인가? 듀안마이클은 시퀀스사진으로 불리는 연작을 제작했다. 시적 상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했다. 에셔의 그림처럼 무한 반복되는 시퀀스를 구성하기도 했다. 순서 없는 시간은 불가능할까? 에셔와 피카소가 구현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의 중첩이었다. 시간을 전개도처럼 펼쳐놓거나 순간에 응집할 수는 없을까? 쇼츠. 한 순간이 아니라, 한 동안의 시간 또는 영원을 드러내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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