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탕가는 시퀀스가 정해져 있는 요가 프로그램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매 수련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면 다음 아사나(동작)는 무엇일지 몸이 먼저 안다. 그런데 요가 수업 중에서도 특히 난도가 높은 편이라서, 수업 시작 전에 내가 해내야 할 아사나를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아쉬탕가는 팔도, 다리도, 배도, 등도, 엉덩이도 알차게 조져(?)버리기 때문이다. 요가는 정적인 운동 아니냐는 사람들에게 꼭 맛 보여주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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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내가 해내야 할 오만가지 아사나를 미리 생각하다 보면 점차 머릿속에서는 오늘의 아쉬탕가 수련을 합법적으로 피할 만한 핑곗거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지난주에 갔으니까 오늘 하루쯤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오늘은 어제보다 잠을 못 자서 피곤한데, 집안일 해야 되는데, 머리가 좀 아픈 것 같은데…’ 하면서 말이다. 그런 식으로 합리화를 한 끝에 빼먹은 수업이 몇 번이던가. 너무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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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사나를 떠올리면서 지레 겁먹기 전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요가원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매트를 깔고, 선생님의 목소리를 따라 한 동작씩 차근차근 해내다 보면 순식간에 60분이 훅 지나가 있다. 심장은 터질 것 같고 현기증이 나고 온몸에 근육통이 생기기 시작해도, 그 끝에는 오늘도 해냈다는 뿌듯함과 땀을 흘리며 개운해진 몸, 그리고 쌓인 스트레스를 밖으로 내보내는 호흡 소리만이 남는다. 빼먹지 않고 수련에 참여한 나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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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1년에 애플워치를 산 이후로 요가 신기록을 세운 날이다. 열심히 한 만큼 정말 힘들었다. 사바사나를 하며 숨을 고르는 동안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앞에 쌓여 있는 해야 할 일들을 굳이 먼저 내다보고 있으면 그걸 회피할 수 있는 핑곗거리들을 찾게 된다. 언제나 걱정과 두려움은 자신감보다 한발 앞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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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멀리 내다보며 마음에 부담을 더하기보다는 생각을 비우고 하나하나씩 차례로 해내는 게 중요하다. 그게 훨씬 더 정신 건강에도 좋고 성공 가능성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요가원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매트를 깔고, 선생님의 목소리를 따라 한 동작씩 해내다 보면 그토록 두려웠던 한 번의 수련이 순식간에 끝나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