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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틈달 Aug 27. 2024

나는 소시오패스와 결혼했다.

8화 - 그대들이 안녕하길 바랍니다. - 첫 번째

 난 소시오씨의 외도를 알게 됨으로써 인생 최대의 스트레스를 겪는다.

입시나 학업의 스트레스, 부모님의 부재 없이 지내왔고 그전까진 드문드문한 연애의 부재 정도나 고민이었지만 난 지금 소시오씨의 외도로 인생 최대의 절망에 빠졌다.


배우자의 외도를 맞이(?)하는 가엾은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저것들을 죽여버릴까... 내지는

다 까발려버리고 나도 죽을까..로 시작하다가

난 착하게 살았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도 한 번씩 들어가서 보는 상간, 이혼소송 카페에서는 그런 글들이 매일 올라온다.

가장 먼저 해드리고 싶은 말은 우리는 교통사고처럼(굳 파트너에서도 나옴) 인생에서의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거라 말해 드리고 싶다. 사고는 어느 누구도 원치 않았고 착하게 살았던 나쁘게 살았던 사고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일어난 사고가 내 나머지 인생의 결괏값을 바꿔버리는 경우는 있지만 그 사고로 내 인생을 끝내 버릴 수는 없다. 내가 죽어버리면 외도자와 상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돼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도 죽어서는 안 된다.

tvN 드라마 " 내 남편과 결혼해 줘"처럼  외도자와 상간자들에게 현실지옥을 맛보게 해 주고 죄의 대가를 받게 하고 싶지만 그건 드라마라 현실에서 일어날 경우가 없다는 점에서 좀 아쉽긴 하다. 그렇지만 최소한 피해자들이 절망과 우울함에서 딛고 일어서 다시 일상의 평화와 안정을 되찾고 현실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죽어서는 안 된다. 마음속으로 깊이깊이 외도자나 상간자들이 죽길 바란다면 그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그것까지 어쩌진 못하겠다. 그러나 난 정말이지 나의 외도자 소시오씨와 상간녀 송대리가 오래오래 살기를 바란다. (이유는 차차 나오게 된다)


여행에서 돌아와 집에 온 첫날 ( 외도사실을 안 3일째)

"아이고~ 집이 어수선하네~~"라는 말과 함께 모든 집을 뒤집어 엎으며 정리에 들어갔다.

나머지 여행기간 내내 여행을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이었거니와 이틀밤을 거의 자지 못하며 휴대폰을 이용해서 '상간소송', '이혼절차' 등 계속 무언가를 찾아봐야만 했다.  눈은 뻑뻑해질 대로 뻑뻑해졌고 무언가를 찾으면 찾을수록 생각은 더욱 많아진다. 여러 가지 옵션들을 생각해야만 했다. 그 와중에 잡생각들을 떨쳐버리기 위해 집 정리에 들어간 것이다.


너무 맘에 들게 나와서 차마 버리지 못했던 여유분의 청첩장과 돌잔치에 받았던 돈봉투 묶음 중  송대리 글씨가 쓰인 'ㅇㅇ 왕자님의 첫 생일을 축하해요'를 특히 더 갈기갈기 찢어서 버렸다 (그렇지만 나중엔 후회했다. 증거로 남겨뒀어야 했는데 감정대로 하는 통에 아쉬운 증거 하나가 날아가 버린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배우자의 외도를 겪는 그대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알기에 감정대로 하지 말라고 다시 한번 부탁드리고 싶다). 신혼여행 다녀온 사진들도 전부 찢었다. 참고로 내가 이러는 사이 소시오씨는 이미 도착하자마자 일이 있다며 서둘러 나갔던 상황이다. (어디를 가는지 알기에 묻지 않았다.) 그저 촉이 어마어마한 그의 경계심을 풀어놓기 위해 생글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보낸다.


피가 역류하는 기분. 그래서 모든 감각세포가 머리에 몰두되어 있는 느낌.

저녁에 돌아온 그가 밥을 같이 먹으려고 왔다며 같이 라면을 먹고 티브이를 보는데 같은 공간에 있는 그 순간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저녁으로 먹은 라면이 체한 거 같다며 전부 토해내고 나니 좀 나아진다.

 호흡을 크게 한다.

속으로는 끊임없이 되뇐다.

침착해지자. 길어짐에 조급해하지 말자.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러고 나서도 나는 2 주가량을 음식을 전혀 입에 대지 못했으며 하루 한두 잔의 아이스라떼로 연명했다. 2주 만에 10 키로 가까이 빠졌다. 내 인생 최고의 다이어트를 해준 너네 둘에게 고마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지만 이 당시 떨어진 면역력이 후폭풍처럼 정확히 6개월 후 독감이라는 개체로 돌아왔고 며칠을 앓아누웠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배우자의 외도로 고통받는 그대들이 안녕하길 바란다. 너무 힘들고 너무 고통스럽고 눈물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흐를 때도 있고 화남도 우울함도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겠지만 그럼에도 그대들이 안녕하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면 괜찮아지는 날이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외도자와 상간자들이 받아야 하는 죄의 값이 시간적 오차는 있을지언정 대상에 대한 오차는 없을 것임을 우리는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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