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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틈달 Oct 04. 2024

나는 소시오패스와 결혼했다.

14화 - 어느 평화로운 주말에.. 소개팅…??

  송대리와의 카톡 발견, 이혼 통보와 철회(사실은 보류였다), 그리고 증거를 모으기로 한 후부터 누구의 차인지 모를 하얀 차, 여자 2호 영숙까지 나왔다. 게다가 여자 2호 영숙은 매장 바로 앞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직은 여자 2호 영숙과 소시오의 관계를 확정 지을 수는 없다.


이혼을 철회했으니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간 듯이 행동해야 했다.

불금에 치맥을 하고 산책을 하고~

주말에는  원피스를 입고 싶다며 골라달라 같이 근처 몰에 가서 쇼핑을 하고..

아이는 그 시기에 보조바퀴를 뺀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타느라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가 회사에서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를 하자 내가 그를 빤히 보며 빙긋 웃어 보이자

"뭘 그렇게 다 안다는 웃음이야~."하고 말할 때에도 난 그저 웃고 있었다.

(당신 진짜 눈치 빠른 사람이다...)

그렇게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고 평온해 보이는 주말을 보내고 그런 시간들을 공유하는 나를 보며 나의 최측근들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행동들이 되냐며...

그의 외도를 알게 된 처음의 그 당시의 '나' 역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른 정황들이 나오면서 롤러코스터 같은 내 감정기복들도 어느덧 평정심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은 너무 많이 울었다.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시기였으니까..

그러다 한동안은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이 계속되다가

또 한동안은 쉴 새 없이 잠이 쏟아졌다.

꿈에서 조차 현실의 연속처럼 계속 그를 만나고 울었다.

그래도 자고 나면 좀 나았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서 청소와 정리를 정신없이 하다가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가만히 있을 때도

끊임없이 생각과 질문을 하는 날도

그러다가 갑지가 그로기상태가 되거나

미치도로 무기력해졌다.


그런 날들을 보내다가 드디어 한 달이 채 안되어 평정심을 찾게 된 것이다.

그래도 난 그를 사랑했었고 결혼했고 둘을 적당히 닮은 (나중엔 나를 더 많이 닮아갔다.)

귀여운 아이가 있고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면 여전히 사랑했을 그 사람을 위한 아니 내 감정을 내 결혼생활을 내 방식으로 끝내고 싶었다.

하룻밤사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겪지 못할 큰 사고를 당했고 한 달여 가까운 시간 동안 나를 추스르는 방법까지 대충은 알게 되었다.

비록 타인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친언니들조차도 소시오와 그렇게 지낼 수 있는지를 의아해했다.)

나중에라도 나 자신에게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자 결정이었다고 그래서 절대 후회 같은 건 남지 않는다고 기억하고 싶었다.


그런 평범한 주말을 보내고 오후쯤 그가 나선다.

베이지색 바지에 명품이라 불리는 피케 티셔츠를 정갈하게 차려입고..

"근데 그거 좀 나이 들어 보이는데???"

라고 말하자 소시오가 눈빛으로 레이저를 발사한다.

"응~ 잘 다녀와~~"라며 내가 그를 보낸다.


그의 뒤를 붙은 S에게서 한 시간 후쯤 연락이 온다.

영상이다.

잘 차려입은 피케 티셔츠의 남자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호탕한 척 웃고

깔끔하게 입은 여자는 연신 머리를 쓰러 올리며 빙그레 웃는다.

이거 뭐지....?

"있잖아 S야.. 소리는 잘 안 들리지만 영상으로 보기에 너무 소개팅 같아 보인다...

너가 보기엔 어때..?"

-  "소개팅 안 해본 제가 보기에도 그래 보여요..."


이 상황은 뭐지...

송대리의 카톡, 하얀 차, 여자 2호 영숙 그리고 의문의 여자가 또다시 내 현실 속으로 들어온다.

소시오... 대체 무엇을 하고 다녔던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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