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훈 오산천살리기지역협의회 사무국장님의 물향기 편지를 띄웁니다.
오산화성환경운동연합 출범을 준비하고 있던 1999년 여름, 안민석 교수님과 오산천의 식물들을 돌아보면서 오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반딧불이가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21년이 지난 지금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져 오산천에 드디어 반딧불이가 돌아왔습니다.
오산천 화성구간 지류인 신리천 상류에는 늘 반딧불이가 반짝거리고 있었지만 오산천 본류에서는 2006년 생태하천 복원 이후에도 반딧불이를 보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생태하천 복원 이후에도 용인 기흥저수지 상류의 생활하수는 저수지로 유입되고 있었고, 동탄 신도시 외곽의 청계리, 장지리의 생활하수는 오산천의 본류로 유입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10년이 지난 2015년부터 상류의 오염원을 제거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시행되면서 오산천의 물이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오산천 상류(용인)와 중류(화성, 오산) 하류(평택)가 맑아지기까지 오산시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었습니다. 오산시 관내의 오산천 관련 환경단체는 상류의 오염원을 조사하여 오염원 제거를 요구하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안민석 의원께서는 용인 하수처리장을 개수하고 기흥저수지 바닥에 쌓여 있는 오염물을 제거하기 위한 정부 예산 150억을 확보하였습니다. 곽상욱 시장께서는 오산천 유역의 단체장들을 조직하여 오염원 제거를 설득했습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오산시 행정이 한마음으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진다는 상식을 앞세워 오염원 제거에 앞장섰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부터 녹조로 몸살을 앓아왔던 기흥저수지에 녹조가 보이질 않았고 오산시 구간의 물이 맑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겨울에는 겨울철새가 시베리아, 몽골 등의 북쪽에서 날아와 겨울을 나는 겨울철새 도래지가 되었습니다.
2016년에는 산에서 살던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이가 월동하기 위해 오산천에 내려왔습니다. 작년 1월에는 천연기념물 제205-2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노랑부리저어새 20여 마리가 에코리움 앞에서 월동하고 가더니 올해도 월동을 하고 갔습니다. 더욱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은 2019년 11월 5일 수달이 열화상 카메라에 포착된 것입니다. 수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수달의 서식은 그동안 오산천이 얼마나 생태적으로 건강해졌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오산천 지류의 가장천과 그 옆에 조성된 가장천습지가 반딧불이가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란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애반딧불이의 먹이가 될 수 있는 물달팽이가 서식하고 있고 반딧불이의 짝짓기를 저해하는 불빛이 거의 없는 환경입니다. 이후 LH공사가 건설 중에 있는 세교 3단지에서의 불빛을 차단하고 늦반딧불이와 애반딧불이가 살아갈 수 있는 지형적 조건을 복원하고 애벌레만 시집, 장가오게 한다면 내년부터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딧불이가 돌아오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오산천을 아끼고 사랑하는 오산시민들이 20여 년을 공들인 환경운동의 화룡점정입니다. 특히 정치 지도자의 헌신적인 노력, 실천적인 시민사회와 지방행정의 협치로 자연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인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