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불법은닉재산 환수 특별법> 추진해야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
- 알베르 카뮈/나치 부역자 숙청 반대 여론을 잠재우며 -
네덜란드 대법원은 최순실의 독일 집사 데이비드 윤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고대하던 데이비드 윤의 국내 송환이 이루어지면 최순실의 유럽 은닉재산 판도라 상자가 열릴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지난 30년간 최순실의 유럽 행적을 낱낱이 알고 있으며 운전기사, 수행비서, 통역원으로 최순실의 수족 역할을 했기 때문에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키맨이다. 최순실에게 수십 년간 훈련된 그는 두뇌 회전이 빠른 데다 재산에 대한 욕심이 강해 입에 자물쇠를 채울 작정으로 한국에 올 것이고 끝까지 버티며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모른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데이비드 윤은 1968년생으로 그의 아버지는 최순실의 독일 후견인이자 박근혜가 오빠로 불렀던 윤남수 회장이다. 윤남수는 83년 최순실이 처음 독일에 왔을 때부터 최순실의 독일 생활을 도와주며 후견인 역할을 했던 인물로 데이비드 윤이 4살 때 독일 광부로 이민을 가서 재독독일 한인회장을 지냈다. 윤남수에 의하면, 자기 아들에게 대학생 시절부터 최순실의 기사 겸 통역을 맡겼다고 했는데 이때가 80년대 후반이었다. 즉 윤남수는 자신의 아들에게 최순실 비서 역할을 맡겼고 그 아들은 대를 이어 최순실에게 충성하며 자신의 인생을 바쳤다. 그는 평생을 특별한 직업 없이 최순실에 의한 최순실을 위한 인생을 살았다. 최순실에게는 한국에 장시호, 독일에 데이비드 윤이라는 충견 같은 심복이 있었는데, 이들은 최순실이 시키면 무엇이든지 다하는 상하복종 관계였다. 독일어 소통도 안되고 유럽 금융도 문외한인 최순실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돈 세탁을 추적하는 동안 나는 등장하는 여러 조력자 중에 핵심 인물을 데이비드 윤으로 파악했다.
그러기에 데이비드 윤을 통하지 않고서는 최순실의 유럽 은닉재산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독일을 다섯 차례 오가며 최순실, 정유라 관련 인물들을 많이 만났지만 데이비드 윤은 끝내 만나지 못했다. 숨거나 피하면서 절대 만나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숨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말을 믿게 되었다. 부친인 윤남수를 통해 만나려 해도 만나주지 않았고, 비덱과 더블루케이 대표를 맡은 최순실 독일 변호사인 박승관도 데이비드 윤의 연락처를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프랑크푸르트 근교에 있는 데이비드 윤의 거처를 알아내어 주진우, 안원구, 노승일과 함께 찾아갔으나 무단침입으로 신고당하여 경찰에게 쫓겨나는 일까지 있었다. 데이비드 윤이 인터폴 적색수배된 후, 제보자 한 사람이 프랑크푸르트 호텔방으로 몰래 찾아와 그의 근황을 전했는데, 교외의 고급 별장을 다니며 호화 도피생활을 하고 있고, 최순실이 영원히 감옥에 있으면 자기가 돈을 다 가질 수 있다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데이비드 윤은 최순실이 은닉한 돈의 행방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최순실이 데이비드 윤과 함께 2001년 Luxury-Handels & Vertriebs라는 부동산 회사를 설립한 것을 보면 그들은 경제공동체이기에 데이비드 윤이 입을 열어 진실을 말하면 최순실의 유럽 은닉재산은 모두 드러날 것이다.
데이비드 윤의 송환 결정으로 최순실 은닉재산 환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윤이 한국에 오게 되면 공은 검찰로 넘어가고, 검찰의 수사능력과 의지에 따라 판도라 상자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국세청이 네덜란드에서 최순실 측에 보낸 1,200억 원의 출처를 조사하다 덮은 것은 해외은닉재산은 고도의 수사기법과 집요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대통령이 2018년에 이미 지시한 해외은닉재산 수사에 대해 윤 총장은 어떤 의지를 피력하지 않았고, 비슷한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윤 총장은 검찰 기득권을 지키려고 도모하는 일들을 그만하고 이제부터라도 남은 임기 동안 최순실의 은닉재산을 수사하는 데 힘을 쏟기 바란다. 이것은 윤석열 총장에게 역사와 국민이 부여한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해외은닉재산 환수 특별법을 다시 발의해서 통과시켜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실현하지 못한 특별법을 21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한뜻으로 통과시키길 바란다.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야당의 강한 반대로 일보의 전진도 못한 채 특별법은 폐기되고 말았다. 172명이 서명하였지만 김진태를 포함한 야당 법사위원들은 특별법을 거론조차 하지 못하도록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진태 의원은 특별법을 법이라고 하기도 힘들다고 폄하하였다. 불의한 시대에 불의한 권력자들이 불법으로 조성한 은닉재산을 찾아 국민들께 되돌려 드리는 것은 불의한 시대를 청산하고 정의로운 나라의 기틀을 세우는 초석이다. 부패한 권력자들이 숨겨놓은 재산은 결국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MB도 17년 선고를 받을 만큼 국민을 배신했는데 그의 불법 은닉재산을 한푼도 찾지 못한다면 절반의 심판에 그칠 뿐이다. 최순실과 MB의 불법 은닉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여야 모두 나서길 거듭 촉구한다. MB의 확정판결과 데이비드 윤의 송환 결정을 계기로 <해외은닉재산 환수 특별법> 제정에 많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무엇보다 이낙연, 이재명, 안철수, 원희룡 등 여야 대선후보들이 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