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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회의원 안민석 Jun 29. 2020

외통위 신고합니다

일하는 국회를 다짐하며 시작된 21대 국회는 한 달째 도돌이표를 맴돌다 오늘에서야 전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맡는 것으로 결론났습니다. 국회 운영의 책임을 민주당이 져야 하는 부담이 크지만 아무리 못한들 지난 20대 식물국회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21대 국회조차도 일하는 국회를 실천하지 못하면 여야 정치인 모두 공멸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제가 속한 상임위입니다. 문화교육체육 관련 분야 상임위 붙박이였던 제가 이번엔 외통위로 옮겼는데 반응이 제각각입니다. 위원장은 다른 상임위로 가는 관례에 따라 일단 문체위는 피했고 교육 분야에서 오랫동안 관록이 있는 제 방의 보좌진들이 교육보다는 새로운 경험과 향후 큰 정치를 위해 필요한 상임위를 강권하니 고민한 끝에 외통위를 선택하였습니다. 외통위에는 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한 거물급 의원들이 많습니다. 외통위는 모든 것이 생소하지만 많이 배우고 공부하며 성실한 상임위 활동하겠습니다. 특히 5선이었지만 지난 문체위 상임위 활동의 모범을 보여 주셨던 정세균 총리님처럼 초선의 열정으로 타의 모범이 되려 합니다.


외통위는 국회가 대안을 찾기 어려운 곳입니다. 지난 주말 통일부 장관을 두 차례나 역임하신 정세현 장관님께서 최근 발간한 회고록을 읽었는데 그분의 표현처럼 통일은 ‘미로’입니다. 한반도 문제는 단순히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수학으로 치면 단순한 곱셈 나눗셈이 아니라 미적분 방정식처럼 난해한 것이 남북문제입니다. 특히 지금은 남북 관계가 3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 꼬여 보입니다. 본질적으로 강대국들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바라지 않고 특히 미국의 무기 자본들은 긴장 체제가 지속돼야만 그들의 잇속을 챙길 수 있으니 볼턴 같은 냉전주의 관료 및 정치인들과 한통속이 되어 남북평화를 방해해 왔습니다. 평화가 눈앞에 다가올 듯했던 2018년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이후 남북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지 못하고 한미워킹그룹의 출현으로 남북정상의 합의 내용 이행을 사사건건 트집 잡으니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한 발짝도 전진 못하고 발이 묶였습니다. 그 사이 북한은 대북제재 조치로 인해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진 데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한파로 경제가 Lock down 되니 개성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무리수를 두며 국제사회에 항거하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처음 통일부 장관 업무보고를 받는 도중에 개성 폭파 소식이 뉴스에 보도되어 장관이 상임위 도중에 국회를 떠났고, 다음날 장관의 사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위기입니다. 김연철 장관님은 미국에 노우(no) 할 수 있는 배짱을 기대했고 저 역시 큰 진전을 기대했습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그리고 개성공단 재개를 미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 남북관계가 퇴행한다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비핵화 협상과는 별개로 우리의 금수강산인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재개하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초선 시절만 해도 금강산과 개성을 여러 번 다녔고, 2018년에 평양과 금강산에 다녀왔지만, 남북 관계가 다시 ‘미로’를 헤매고 있습니다. 외통위에 왔으니 ‘미로’의 정체를 분명히 하고 ‘미로’를 헤치고  옅은 서광이라도 비칠 수 있도록 미력을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부터 꿈꾸어 온 문화체육관광교류를 통한 평화의 길을 만드는 일, 특히 남북공동올림픽유치를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경제적 협력과 문화적 협력으로 남북이 공동운명체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고 통일은 나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광복절 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분단 100년이 되는 2045년에 통일을 염두에 두면 앞으로 25년 남은 셈입니다.


개성 선죽교 <2008>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평화의 길을 닦았던 통일부 장관들과 금강산에서 <2018/왼쪽부터 이종석,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임동원, 정세현>


강대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야 합니다. 강대국들과 협의하고 협력하며 필요한 경우 우리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어 자주외교를 실천해야 합니다. 특히 신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에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민족적 배포가 있는 분이 되어야 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할 말하는 소신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언론에 여러 정치인 출신들이 거론되지만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배짱 있고 용기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장관이 되는 분은 국민들에게 미국에 대해 ‘노우’하겠다는 약속을, 북한에 대해서는 소신 발언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길 바랍니다. 특히 한미워킹그룹 운영에서 손해 보거나 밀리지 않고 당당히 민족자주를 주장하여 유엔제재를 피해 남북이 협력하고 교류할 수 있는 묘수들을 만들고 실행하겠다고 약속하길 바랍니다. 2018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문화예술체육관광 교류를 미국이 반대해서도 안되고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을 향해 아닐 땐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배짱 있는 자주외교의 길을 가도록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도 필요합니다.


제가 외통위에서 활동하는 동안 남북교류협력이 재개되길 바랍니다. 문화예술인 그리고 체육인들이 남북을 왕래하고 문화교류를 통해 평화의 길이 다시 이어지길 갈망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희망처럼 여권 들고 남북을 왕래하길 소망합니다. 이왕이면 남북공동올림픽 유치도 성사되길 바랍니다. DMZ 문화유산을 남북이 공동 발굴하여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꿈이 현실로 이루어  지길 바랍니다. 박근혜 정부가 허무하게 닫아 버린 개성공단도 다시 열리고 금강산 구룡폭포와 해금강을 구경하고 개성의 송악산과 선죽교도 누구나 갈수 있길 바랍니다. 금강산과 개성은 우리의 금수강산입니다. 외통위에서 우리의 금수강산을 되찾는데 열심히 헌신하겠습니다.


※ 아래 사진은 2018년 겨울, 제가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 직접 찍은 사진들입니다. 그 사이에 남북 관계는 많은 것이 변했지만, 금강산의 에메랄드빛 계곡은 지금도 유유히 흐르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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