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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Mar 10. 2024

독립 2년 차, 2022년의 크리스마스 (상)

어드밴트 캘린더와 욕조 목욕과 전골 요리

     벌써 독립 2년 차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확실히 처음이던 작년보다는 덜 설레는 느낌이다. 그래도 나름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한 건 바로바로! 어드밴트 캘린더다. 어드밴트 캘린더란 서양문화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인데, 크리스마스 25일까지 기다리기 위해서 달력 숫자마다 하나씩 열면 선물이 나온다. 초콜릿이 주로 많은 것 같은데 그것 외에도 각 업체에서 만든 화장품이나 장난감 등 종류도 다양하다.


     언젠가 외국생활을 하는 사람의 블로그에서 본 기억은 있었지만 '이런 게 있구나' 하고 넘겼었다. 그런데 11월 말쯤 인스타에서 광고가 떠서 보다 보니 정신없이 각종 어드밴트 캘린더를 뒤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구입한 어드벤트 캘린더. 페레로 로쉐 초콜렛이 들어가 있는 제품. (2022.12)


     마케팅적으로는 좋은 개념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선 생소해서 그런지 상품이 많지 았다. 그래서 괜찮은  구하려면 해외직구를 해야 는데 문제는 이 달력은 12 1일부터 개봉해 제맛인데 12월은 고사하고 12 안에 물건을  받게 생긴 곳도 수두룩했다


     하는 수 없이 이번엔 기본 품목인 초콜릿에 배송도 비교적 빨리 온다는 사이트를 통해 주문했다. 그래도 다른 초콜릿보다 조금 비싼 페레로 로쉐로 골랐다. 배송은 거의 일주일 만에 왔고 물건을 받았을 땐 이미 12월이 넘었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1일이 써진 칸을 뜯으며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미리 사둔 꽃다발을 꽃병에 꽂아보았다. (2022.12)



     그리고 두 번째 준비물은 집에 꽂아둘 꽃이다. 전날 미리 사다 뒀는데 그러길 참 잘했다. 바로 그다음 날 같은 꽃가게 앞을 지나갔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놓여 있던 집에 꽂아둘 만한 일반적인 가격대의 꽃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린 3,4만 원대의 비싼 꽃다발들만 즐비했다. 미리 사다 두지 않았다면 원하는 꽃을 꽂아두지 못할 뻔했다.


     그리고 음식은 따뜻한 전골요리가 먹고 싶었다. 하지만  같은 1 가구에게는 여러 종류의 야채 조금씩과 고기를 사기엔 가성비가 좋지 않은 요리다. 그래서 간편하게 밀키트로  것을 구입했다.


     그리고 분위기는 내야겠다 싶어 조각케이크 한 조각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꽃과 달리 이건 크리스마스가 시작하는 금요일에(이브도 아닌데!) 살려고 돌아다녔더니 죄다 비싼 케이크밖에 없었다. 나처럼 조각케이크가 아니라 최소 2,3인이 먹을 홀케이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중에 찾기는 찾았는데 원하는 맛이 없어서 그나마 있는 거 중에 하나 골랐다.


     올해는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이고 이브는 토요일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브 전날인 금요일부터 본격적인 크리스마스가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금요일부터는 다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분주하고 설레는 분위기다. 하지만 오후 2시가 넘었는데도 식당 앞에 한참을 늘어선 줄과 칼바람을 겪고는 돌아다니려던 계획을 즉각 포기하고 얼른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생각보다 집에 일찍 와버렸다. 입욕제도 진작 사다 놨는데 계속 미뤄뒀던 욕조목욕을 하자. 이제 겨울 돼서 추워졌는데도  번도 욕조 목욕을  했다. 이건 욕조가 있어야   있는 거니까 욕조 있을  부지런히 하자. 내년 봄에 이사 예정이라 이제 욕조 있는 집에 사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한다. 한참 걸리니까 그동안 들어가기 전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한다. 갈아입을 속옷과 목욕하면서 마실 음료와 간식거리를. 간식은 어드밴트 캘린더를 두 칸 뜯어서 나온 초콜릿과 몇 주전에 집에서 처음으로 끓이기에 도전한 뱅쇼를 한 컵 따라 전자레인지에 따뜻하게 데웠다. 보통은 욕조 목욕하면서 책을 읽곤 했는데 오늘은 좀 느긋하게 생각이나 하고 싶어서 먹을 것만 준비했다.


     뜨끈하다. 노곤노곤하니 몸이 풀린다. 아까 물을 틀기 시작할 때는 화장실 공기가 냉랭했는데 어느새 따뜻해져 있다. 30여분을 들어왔다 나갔다를 하며 몸을 푹 담근다. 남은 겨울에도 자주 해야지.


     씻고 나와서 밀푀유나베 준비를 한다. 그런데  밀키트 생각보다 어렵네. 일단 육수부터 먼저 끓여놓재료를 하나하나 어야 하는데 살짝 귀찮아진다. 게다가 고기는 너무 얇아서 그런지  찢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하나둘, 하나둘 재료들로 단을 쌓고 칼로 썰어서 냄비에 차곡차곡 두른다. 모양은 일단 그럴싸하다. 아까 미리 끓여놓은 육수를 붓고 천천히 끓이기만 하면 된다.


모양은 좀 그랬지만 맛은 그럴싸했던 밀푀유나베. (2022.12) 


     드디어 완성. 생각보다 맛은 괜찮았는데 고기가 덜 익은 건지 아님 원래 이런 건지 좀 뻣뻣했다. 다시 끓여봤지만 제대로 된 건지 모르겠다.


     다음날, 크리스마스이브. 느지막이 일어나 어제 남은 육수에 우동면을 넣어서 끓여 먹고 독서를 시작한다. 리베카 솔닛의 회고록을 빌려왔는데 이번 책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이 제일 공감도 많이 가고 이전 책들보다 잘 읽혀서 좋았다. 그리고 오후 늦게가 돼서야 어제 씻고 나온 욕조를 비롯해 화장실 청소와 집 청소를 마치고 저녁 준비에 돌입했다.


인스턴트 라자냐와 양배추 샐러드. 후식으로는 작은 케이크와 컵수프. (2022.12)


     사실 오늘 저녁에 먹을 건 샐러드와 라자냐 밀키트로 간단했다. 미리 잘라놓은 양배추를 덜어 케첩이랑 마요네즈를 뿌려 샐러드를 완성하고 라자냐는 포장용기에서 꺼낸 다음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끝. 그 위에 파슬리를 솔솔 뿌려주면 된다. 하지만 부엌을 쓰는 김에 다음 주에 먹을 도시락 준비도 같이 해놓기로 했다. 각종 재료가 들어가는-소시지, 계란말이, 양배추, 양파, 게살- 타코 쌈 두 개와 스파게티 3인분을 쓱싹쓱싹 만들었다.



<독립 2년 차, 2022년의 크리스마스 (하)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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