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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May 10. 2024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1탄

이사의 시작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다음 세입자에게 보여주는 것부터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0탄>에서 이어집니다.



     아직 오후 늦은 시간이라 해가 떨어지진 않았지만 실내가 살짝 어둡길래 평소에 켜지 않는 거실등과 부엌등, 방 그리고 화장실 불을 미리 켜놨다. 새로운 장소에 갈 때마다 그 사람들이 불을 켜야 하는데 잘 모를 수도 있고 스위치에 모르는 사람 손 닿는 것도 싫어서 내가 다 켜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길래 나가서 문을 열었다. 부동산 직원 1명, 고객 1명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중개인 2명에 고객 1명이다.


      말로는 '실례합니다~'라고 실례한다면서 내가 없어도 여기저기 잘 보고 돌아다닌다. 내가 집주인은 아니지만 현재는 내가 살고 있는 그러니까 내가 왕(?)인 집인데 나는 배제된 이상한 상황이다.


     이봐요, 중개사 앤드 미래의 세입자님, 이 집이 채광 좋고 시끄럽지 않고 그런 건 여기 살고 있는 제가 가장 잘 알지 않겠어요? 하지만 정작 나는 뒷짐 지고 거실에 쭈뼛거리며 서있고 자기들끼리 여기가 어쩌고 저쩌고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한다. 정신없이 둘러보고는 잘 봤다고 인사를 하며 집을 나간다. 시계를 보니 5분도 안 지난 거 같다.


     이거 온다고 어제부터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오늘 집을 보러 온 사람이 바로 계약하겠다고 한다면 집을 보여주는 것도 이걸로 끝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는 몇 번이나 더 내 세간과 살림살이를 보여줘야 할 것인가? 몇 번 더 하면 익숙해져서 집이 더러워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나.


     오늘 이 외부인의 방문이 마지막이든 이 뒤로 몇 번이 더 있든 언젠가 집은 나갈 거고 그전에 나도 이사 갈 곳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엔 내가 반대로 다른 누군가가 이미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서는 이런 식으로 양해를 구하고 눈치를 보며 슥슥 집안 구조를 살피겠지.


      그럼 어쩔 수 없이 지금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세간살이가 눈에 들어올 테고.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집이 곧 내 다음 보금자리가 될지도 모르겠군 하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


'이 집 참 깨끗하다'
'인테리어 이쁘네'
'어, 나랑 똑같은 물건 발견'
'솔직히 좀 집이 더럽네...'
'맥시멀리스트인가? 물건 개많네'

와 같은 생각을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하고 있을 것이다.


     독립생활자의 다음집 구하기는 집주인이 부동산에 집을 내놓으면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깨닫는 초보 독립생활자였다.


     그나저나 이 뒤로 3,4팀 정도가 집을 보러 왔는데도 집이 안 나가는 사태 발생. 어찌 될 것인가, 나의 삶.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2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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