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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Jun 07. 2024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5탄

속전속결, 계약까지 가보자고!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4탄>에서 이어집니다.




     전세계약을 하기로 했다.



     집을 보고 온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가계약 걸고 싶다고 의사를 밝히고 이사 희망일자를 물어봐서 지금으로부터 한 달 뒤 주말을 이야기했다.


     이사일 전에 잔금을 받아야 되는 데다 전세권 설정을 하려면 등기소가 문을 여는 평일에 일이 진행되어야 해서 잔금일은 이사 주말 전인 금요일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그쪽 부동산 중개사가 보증금 1천만 원은 이미 다 주인하고 합의돼서 깎은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정작 주인은 모르는 얘기라며 그냥 원래 가격대로 계약한다고 하더라. 빡쳤지만 1억이 아닌 게 어디냐... 하며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본 계약은 이번 주말은 시간이 안 돼서 다음 주 월요일 물어보니까 그쪽도 가능하다길래 주말 지나고 정식 계약서를 쓰기로 정했다. 땅땅땅.


     그런데 나는 별생각 없이 가계약금을 걸어놓고 잔금 치르는 날에 나머지 돈 다 내면 되겠지? 하는 다소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쪽 부동산 실장님이 약식으로 쓴 계약서를 문자로 보내줘서 보니 계약서에 들어갈 내용에 계약금은 계약총액의 10%라고 버젓이 쓰여있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이것은 천만 원 단위 금액이잖아!!! 잔금은 엄마가 나한테서 빌린 돈과 예적금을 담보로 해서 받은 대출을 받아 잔금일 이전에 맞춰서 해주겠다고 해서 문제가 없었는데 계약금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정말 다행히도 원래 4,5월쯤 이사 갈 걸로 예상하고 있어서 모든 예적금을 4월로 만기로 맞춰놓았기에 여유자금이 있었다. 잔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다행스럽게도 계약금 치를 정도의 금액은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것으로 계약을 날릴 뻔했다.


     오전 내내 특약설정 여부, 이사일자, 잔금 예정일 등 여러 가지를 확인하면서 문자를 주고받고 났더니 오전시간 순삭. 계약 내용이 확정되고 그대로 계약을 진행하기로 합의되어서 집주인분의 계좌번호를 받았고 가계약금으로 100만 원을 보냈다.


    자,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계약금을 보냄으로써 계약에 구속력이 생겼고 나와 상대방은 발이 묶였다.


    며칠 뒤, 본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한 날이 되었다.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다가 점심시간보다 조금 일찍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부모님은 집에서 바로 부동산으로 오기로 했다. 부동산에는 약속시간보다 30여분 일찍 도착해서 여유 있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집주인 내외분도 먼저 와 있었다.


    중개사분이 계약서 초안을 작성해서 보여주시고 주요 조항을 읽으면서 계약이 시작되었다. 현재 시점에서 다시 발급받은 등기부등본도 보여주시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라는 양식에 기재된 내용도 설명해 주시고 개인정보활용동의서에도 날인을 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나 하여간 성인도 되기 전이었는데 도장 파기를 좋아하는 아빠가 진즉에 파준 도장이 있었다. 무려 한자로 이름을 새긴 도장으로 그동안은 은행 통장 개설할 때 써본 게 다였는데 처음으로 이런 중요한 계약에 내 도장을 찍어봤다. 기분이 묘했다.


    모든 설명을 다 듣고 난 뒤, 전체 계약금 중 가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송금하면 된다고 했다. 핸드폰 꺼내서 모바일 뱅킹으로 송금하려는데 식은땀이 줄줄 나는 기분.


     그간 재무팀에서 자금업무하면서 몇십억짜리 수표도 들고 은행 다녀보고 몇십억씩 자금이체도 수백 번은 족히 했으니 큰 숫자에 별로 안 놀랄 줄 알았는데 내 돈과 남의 돈이 다르긴 한가보다. 아니면 큰 금액이라도 매일 반복되는 일과라 무뎌진 걸 지도. 금방 입금이 확인되고 이래저래 서류를 복사하고 어쩌고 하니 거의 한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리고 전월세 계약 등 모든 임대차계약은 계약일로부터(잔금일이 아닌 계약일 기준) 한 달 이내 국토부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걸 신고하고 나면 나오는 신고필증을 집주인 분이 꼭 챙겨달라고 했는데 그 과정은 우리 부동산 실장님이 대신해 주신다고 하면서 내 위임장을 받아갔다.


    부동산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챙길 것도 많고 복잡했다. 그리고 확정일자를 받거나 전세권 설정이나 둘 다 효력은 비슷해서 크게 상관없다고 했다. 원래는 확정일자를 받고 개인적으로 전세보증보험을 들 생각이었는데 보증보험은 집주인 동의 없이 가입할 수 있는 대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반환받는 절차가 은근 복잡했다.


     그래서 어차피 수수료를 낼 거라면 확실하게 전세권 설정을 하고 싶었다. 전세보증보험도 수수료 드는 건 마찬가지라서 내 돈 내고 마음 편하기로 했다. 대신 전세권 설정은 나보다는 집주인이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고 등기부등본에 기재되기 때문에 집주인이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집주인 내외분도 자신들이 준비해야 될 서류 목록을 들어보더니 약간 뜨악했지만 해주신다고 했다.


     계약을 다 마치고 서로 인사를 했다. 전세권 설정 때문에 추가로 서류를 주고받고 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그건 나중에 법무사를 통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집주인 내외분은 잔금 치르는 날에는 안 온다고 하니 별일 없다면 아마도 오늘 보는 게 마지막이겠지. 2년간 집 깨끗하게 잘 써달라는 말과 함께 집주인 내외는 부동산을 떠났고 우리 부모님은 아직 내가 살 집을 못 봤으니 온 김에 집을 보고 가기로 했다.


     비어있는 집이라 집 보기가 쉬웠다. 작은 집이지만 지난주에 보러 왔을 때처럼 중개인이 재촉하지 않아서 조금 더 자세히 여기저기 둘러보고 단지를 빠져나왔다. 이제 잔금일자와 이사일도 정해졌다. 살림살이 구비, 이삿짐센터 견적 받고 계약하기, 공과금 정산, 잔금 마련 등 아직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 차근차근해보자.


    그나저나 엄마가 얼마 전 코로나에 걸린 이후 컨디션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항상 기운이 넘치고 나보다 활력이 넘치는 엄마인데 그런 엄마가 힘이 없다고 골골대니 기분이 이상하다.


     어제저녁에 문득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만약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면 이 모든 것을 나 혼자 스스로 다 해내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잘해야지. 있을 때 잘해야지.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6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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