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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Jun 25. 2024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8탄 (끝)

자, 다시 새로운 2년의 시작이야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7탄>에서 이어집니다.





     현관을 들어오니 왜 이렇게 편안한 기분이 드는 건지. 아까 거기는 청소도 덜 되어있고 리모델링해서 그런지 새집 냄새도 나서 내 집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다. 지금 사는 곳도 물론 세입자지만 2년간 살아서 그런지  '내 집! 드디어 집에 왔구나'하며 편안한 마음이 드는데… 괜히 뭔가 서운했다.


     오늘 이사 전야를 치르면서 느낀 점.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는 게 엄청 의지가 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있어주진 못했지만 잠깐이라도 같이 있어주니까 훨씬 든든하고 청소도 나눠서 하니 편했다. 그리고 부동산 복비도 엄마 덕분에 저렴하게 할 수 있었다. 다음번에 이사를 한다면 그때는 정신 차리고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매매는 좀 더 복잡하겠군. 아니다. 더 간단한가…? 그냥 사버리는 거니까?


      2년 전에 처음 독립해서 이사 올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이사하기 전에 입주청소 업체를 부르지 않고 엄마랑 아빠랑 셋이서 청소를 했는데 셋이 하니까 금방 끝낼 수 있어서 부모님께 고마웠다. 그런데 그때는 큰 가구 없이 자잘한 이삿짐만 들어와서 이사가 반나절에 끝났기 때문에 간단했다. 이번엔 집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빌트인 된 게 없어서 이것저것 사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 그러다 보니 이사를 이틀에 걸쳐 나눠서 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오늘 큰 것들을 설치해 둔 덕분에 내일은 짐만 들어가면 된다.


     이사일 당일.


     아침 일찍부터 부모님이 오셨다. 그리고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각자 자신들이 맡은 구역으로 이동해 짐 포장을 시작한다. 부모님께 마무리를 부탁드리고 나는 먼저 차를 운전해 이사 갈 집으로 향한다. 집이 많지 않아서 금방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내가 출발해서 갈 때부터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2시간여 뒤쯤 이사차량이 출발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제는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세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점심시간 전에 이사 차량이 도착했는데 이삿짐센터 사람들은 점심을 먹는답시고 자리를 떴다. 우리 가족은 이따 짐 다 들여놓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짐을 푸는 건 짐을 싸는 것보다 더 빨리 진행되었다. 행거나 붙박이장이 없어서 옷은 그냥 그대로 두고 가면 되는 거라 시간이 덜 걸렸다. 이삿짐센터 사람들은 짐을 후딱 풀어놓고 자리를 떴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원래 서글서글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았지만 계속 뚱해 보여서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나도 첫 이사라 정신이 없어서 그분들 물 한잔도 못 챙겼다는 생각이 나중에서야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엄마가 이사를 준비할 때는 물이랑 커피도 사다 놓고 시작 전에 하하 호호하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놓고 이사가 진행되었던 것 같다. 


     이런 것이 바로 삶의 연륜 아니겠는가. 이삿짐센터 비용은 계좌이체를 했지만 부모님의 조언을 받아 현장을 총괄한 팀장님께 현금으로 따로 5만 원을 드렸다. 다음번에는 물이랑 커피 정도는 준비를 해놔야겠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떠났지만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이 시작된다. 바닥은 닦아도 닦아도 왜 시커먼 게 묻어 나오는지. 그리고 물건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쓰기 편하니까 내가 쓰던 대로 정리도 다시 한다.


     구축 아파트라 주차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2년간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주차실력이 많이 늘지 않을까? 가까운 곳에 있는 양재천도 많이 이용하고 원하는 곳으로 이직할 것이고 돈도 더 많이 모아서 2년 뒤에는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볼 것이고 좋은 사람도 만났으면 (아니다, 만날 거다) 좋겠다. 이 집에서 30대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40대를 맞이하길 바라본다.



이제 
다음 2년을
생각해야겠지?

다음엔
어느 동네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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