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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동지를 기다리며

그 '동지'(내래 동무..) 아니고 동지(冬至)랍니다

by 세니seny

2024년 11월 어느 날의 일기.



동지(冬至).


우리나라엔 24 절기가 있다. 농사를 위해 만든 것이라지만 현대인은 농사와 관련이 없으므로 나에게도 크게 관련은 없다. 다만 몇몇 절기는 나도 매년 되새기거나 그걸 기점으로 삼곤 한다. 왜냐면 이게 신기한 게 의외로 얼추 맞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안 맞는 것들도 있지만 그동안 얼마나 지구온난화가 진행되었으면 몇 천 년 이상을 전해 내려온 것이 안 맞는다 말인가 싶어 좀 슬퍼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바야흐로 11월.


한창 낙엽이 지고 은행잎이 흩날리면서 갑자기 추워진다. 참고로 11월은 공휴일이 단 하루도 없다는 무시무시한 달이다. 그리고 또 한해의 마지막인 12월을 향해서 박차를 가하는 달이기도 하다.


당신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면 대체로 11,12월에는 올해의 성과에 대한 정리, 낙담, 압박, 취조...(...)... 등이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달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사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도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잡생각이 많이 드는 피곤한 달이다.


그리고 피부로 느껴지는 게 해가 점점 짧아진다. 이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해 뜨는 시간에 사무실이나 실내에 있다고 해도 여름하고 체감하는 게 다르다. 일찍 퇴근했는데도 어라? 밤이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어라 이상하다... 분명 해가 뜰 시간이 됐을 텐데 왜 이렇게 어두운 거야? 이러면서 지각하기 쉬운 것도 이맘때다.


그렇게 밤은 점점 길어져만 가고 그렇게 절정으로 치닫다 다다른 곳이 바로 동지다.


밤의 절정이다.
달이 차올랐다.
한 달이 다 차올랐다.
겨울이 최대한으로 팽창했다.

다시 하강을 향해 간다.
상현달에서 하현달로
월말에서 새로운 달로
겨울이 조금씩 줄어들며 봄이 오는 방향으로 간다.


하강이라는 단어가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달이 차면 기울고 다시 찼다 기울고 그런 원리에 더 가깝달까. 바이오 리듬 그래프로 치자면 그래프가 요동치면서 컨디션이 좋은 위 꼭짓점과 컨디션이 바닥인 아래 꼭짓점이 있는데 그 사이를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거지. 그러니까 순환의 개념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지도. 원을 한 바퀴 도는 거라고 생각하면 될까.


동지를 기점으로 찔끔찔끔 낮이 슬슬 길어지기 시작한다. 그 변화는 아주 미미하다. 하지만 마침 그때쯤 되면 12월이 끝나고 새해와 함께 1월이라는 거대한 벽이 다가온다.


12월보다 더 추워지고 계절은 아직도 겨울. 여전히 밤이 길게 느껴지고 눈보라가 휘날리지만 그래도 1월은 1월이다.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1등의 1이 들어가 있는 1월이라 그런가 아니면 전년도엔 못 이룬 게 많으니 오래는 꼭 이러한 것들을 이루리! 하며 과거의 것들을 떨어내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을 낼 수 있어서 그런 걸까. 개인적으로는 1월의 밤도 길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11월보다는 1월이 조금 더 낫다는 기분이 든다.


이제 동지로 절정으로 밤의 끝으로 어디까지 밤으로 덮어버릴 수 있나를 고민하는 듯한 동지를 막 한 달 앞둔 11월의 감상이다.


제일 밤이 긴 날이지만 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어둠 뒤에는 반드시 빛이 있기에 빛이 있으니까 어둠이라는 개념도 성립하는 것.


그러니까 나는 보이지 않는 어둠 뒤에 반드시 있을 그 빛 한줄기를 믿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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