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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겨울 난방비 절약 대작전!

대단해 보이지만 그냥 옷 몇 겹 씩 껴입고 난방비 아끼는 이야기

by 세니seny

2024년 11월 초의 일기.


글 제목이 무슨 일본 드라마 제목 같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용과 딱인 제목입니다.




여름엔 에어컨 전기료, 겨울엔 난방비로 고통받는 우리나라 국민들. 나도 그중 하나다. 더위는 더위대로 타고 추위는 추위대로 타는 몹쓸 체질을 타고났다. 그런데다 아빠가 더운 건 못 참기 때문에 때로는 추울 정도로 여름엔 집이 시원했다. 그리고 엄마가 잘 아끼는 편이긴 해도 난방비에는 아끼지 않는 편이라 겨울에도 집에서 춥지 않게 지냈다.


그래서 독립해서 살던 나도 작년까지는 따-뜻하게 잘 지냈다. 참고로 지금 사는 집이 1층이라 다른 층에서 살 때보다 더 춥다는 느낌도 있어서 난방을 잘하고 지냈다. 그렇다고 절절 끓을 정도로 따뜻한 건 아니지만 어차피 낮에는 출근해서 집에 없었고 저녁에만 집에 오니까 적어도 일하고 집에 왔는데 지친 몸을 따뜻한 집에서 녹이고 싶었다.


그래서 적당히 온기가 돌 정도로 항상 보일러를 켜놓고 지냈다. 그러다 보니 난방을 안 할 때보다 관리비가 5,6만 원 이상 더 나왔었다. 이 정도는 괜찮다. 매달 월급이 들어오고 있다면 평소보다 5,6만 원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 해도 상관없다. 그러려고 돈 버는 거니까.


문제는 지금의 나는 돈을 벌고 있지 않고 있다. 난방이건 냉방이건 고려하지 않고 한 달에 쓰기로 정한 생활비를 고정시켜 두었다. 회사 그만둘 때 몇 달치 생활비를 따로 떼어놓았기 때문에 적어도 그 기간 동안은 괜찮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방비까지 고려한 것은 아니다.


2024년 5월 중순 퇴사. 그리고 5,6월 두 달간은 유럽여행을 가느라 집에 없었다. 유럽에서 돌아오니 7월이었고 곧바로 여름이 시작되었다. 오자마자 여름이니 당연히 냉방비를 걱정했는데 오히려 여름은 괜찮았다. 공부한다고 집에만 있어서 에어컨을 거의 하루 종일 틀어두긴 했어도 처음에 한 10분 세게 틀고 나면 춥기 때문에 송풍으로 약하게만 틀어놨었다.


그렇게만 해도 집 안에서 덥지 않게 보낼 수 있었고 관리비도 작년대비 비슷하게 나왔다. 그러니까 에어컨을 송풍으로 틀어놓는 건 진짜로 관리비 전기료 절약에 효과가 있는 방법인 거다. 그런데... 난방은 모르겠다.


10월까지는 집안에 썰렁한 기운이 감돌아도 괜찮았는데 11월 들어서 날이 쌀쌀해졌다. 특히 1층이라 그런지 낮에 집에 들어와도 냉기가 돈다. 이게 본가는 9층인데 낮에는 거실에 햇볕이 드니까 온기가 있더라. 본가에 있다가 집에 돌아올 때면 더 확실히 느낀다.


일단 11월은 최대한 난방을 안 켜고 버텨볼 생각이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내가 회사 다닐 때처럼 집에 와서 잠만 자면 괜찮다. 그러면 잘 때 침대에 깔아놓은 전기장판만 틀면 그만인데 문제는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백수라는 게 문제인 거다. 돈은 안 버는데 집에 너무 오래 있어서 생활비가 많이 든다.


물 먹지
화장실 휴지 쓰지
갑 티슈 쓰지
음식물 쓰레기 계속 나오지
난방/냉방 계속해줘야지
...


그래서 일단 난방은 최대한 안 켜기로 했다. 수면바지도 입고 수면양말도 신고 마치 망토처럼 담요도 두르고 있지만 아무래도 공기가 차다. 마침 엄마가 쓰라고 준 발밑에 두는 작은 온열기구가 있어서 써봤다. 괜찮긴 해. 그런데 너무 뜨거워져서 껐다 켰다를 반복해야 하는 게 흠이긴 하지만 이게 이 집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온기가 있는 곳이다.


어느새 11월도 열흘이 흘러가는 도중 퍼뜩 드는 생각. 이 온열기구가 아무리 작아도 난방기구잖아? 나는 자는 시간 빼고는 공부를 하든 안 하든 거의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1시간만 트는 게 아니라 1시간이 뭐야 한 10시간 동안은 계속 틀었다 껐다 할 거 같은데… 이대로라면 이번 달 관리비 망했네? 이미 열흘 동안 이렇게 틀어버린 거 있지.


당장 코드를 뽑아버렸다. 우리 집에서 이제 전열기구는 금지다. 이 추위를 이겨낼 또 다른 강력한 것들이 필요하다. 일단 경량패딩과 어차피 밖에서는 절대 두르지 않을 가짜 토끼털 목도리를 꺼내온다. 그래서 상체를 보호하고 원래 망토처럼 두르던 담요를 하체에 두른다. 이미 겨울용 털실내화는 꺼내 신은 상태다.


좀 낫다. 그리고 집에 있을 때 배경음악은 항상 어거지로(?) 따뜻한 느낌이 들라고 ASMR 겸 장작이 타는 소리를 틀어놓는다. 그거 있잖아 왜, 가난한 집에서 밥 먹을 때 천장에 조기를 매달아 놓고 그걸 보면서 맛을 상상하면서 밥 먹는 것. 그거처럼 우리 집에는 난로가 없지만 타닥타닥 장작이 타는 소리를 들으면서 난로가 있다고, 그 따스함이 느껴진다고 상상하는 거다. 현대판 스크루지가 따로 없네 그려.


최대한 아니 11월은 절대 난방 보일러 안 틀기가 목표다. 그리고 추운 12,1,2월은 어쩔 수 없이 틀어야겠지. 그리고 너무 추운 날 오히려 보일러를 안 돌렸다가 동파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웬만하면 틀지 말고 정 너무 춥거나 힘든 날만 튼다던지 해야겠다.


이것은 (쓸데없는) 나와의 싸움이다. 결과는 나중에 12,1,2월이 지나고 나서 보고하도록 하겠다.




그러다 문득 도대체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가 몇 도인지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18~20도라고 한다. 더 높을 줄 알았는데. 이게 정확한지 모르겠으나 우리 집에 설치되어 있는 보일러 작동 기기 화면을 보니까 18.5도라고 되어있는데 집 안에 냉기가 가득해.


그것은 여기가 1층이라 그런 걸까? 18.5도에서 계속 안 내려가길래 '이거 고장 난 거구나, 이렇게 쌀쌀한데 안 내려가더니' 했는데 오늘은 18도까지 내려간 걸 보면 고장 난 건 아닌 듯싶다. 정부에서 18도도 적정온도라 하니 좀 더 버텨보자.


참고로 지금 나의 옷차림은... 아래와 같은데 뭐 견딜만하다. 이번 겨울 난방비 잘 아껴보자!


상의)
얇은 긴팔 + 패딩조끼 + (모자 달린) 긴팔 집업후드 + 여기에 집업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 모자 바깥으로 가짜 여우털 목도리를 두름
-> 더 추우면 여기에 물 끓여서 넣는 물주머니를 옷 안에 집어넣는다.
+ 좀 모자라다 싶으면 여기에... 경량패딩 긴팔까지 한 겹 더 입는다.

하의)
유니클로 얇은 내복 + 극세사 수면바지 하나
발에는 수면양말 착용 후 털실내화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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