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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나는야 이상한(?) 욕심쟁이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하나를 못 고르겠어!

by 세니seny 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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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하반기, 어느 날의 이야기.



      나는 여름도 좋아하고 겨울도 좋아한다.


     여름은 덥고 짜증 나지만 대신 물놀이 즐기기에 너무 좋고 하루가 길어서 좋다. 겨울은 춥고 움츠러들지만 겨울에만 즐길 수 있으면서 추운데 추운 걸 더하는 스키나 스케이트를 타는 것도 좋다. 물론 한여름에 먹는 아이스크림도 환상적이지만 추운 겨울을 비웃듯 따뜻한 집안에서 먹는 차가운 아이스크림 또한 환상적으로 맛있다.


그러면 아침과 저녁,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아침 특유의 싱그러움을 사랑한다. 물론 나의 아침은 대체적으로 일하러 가야 하는데 일어나기 싫어가지고 어그적 어그적 겨우 일어나 정신 못 차리고 출근길에 오르는 것이긴 하다.


      비 오고, 덥고, 춥고… 와 같이 거지 같은 날이 출근길의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출근길의 우리가 모두 좀비 같대도 좀비는 아니다. 어쨌든 살아있는 건 맞으니까. 아침의 생그러움(생[生]+싱그러움)이 참 좋다.


    그런데 저녁은? 난 또 저녁 사랑러다. (ㅎㅎ) 저녁이라는 시간에 환장한다. 저녁이라기 보단 정확하게는 그보다 좀 더 늦은, 해가 완벽하게 지고 거리에 사람들의 통행이 뜸해지는 '밤'이 되겠다. 나는 밤이 가지고 있는 차분함과 고요함이라는 속성을 사랑한다.


  평일의 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다음날을 위해 자야 하는 시간이다. 일하고 돌아오면 생각보다 저녁 시간이 길지도 않다. 그런데다 야근을 하거나 약속이 있어서 집에 늦게 돌아오면 나만을 위한 밤 시간은 거의 없다.


     물론 다음날이 공휴일이거나 휴가를 냈거나 주말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평상시의 나에게도 저녁 혹은 밤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지만 이런 날은 더더욱이 나를 위한 시간이다. 이 아까운 시간을 잠으로 채우지 않아도 된다. 즉 일찍 잠들지 않고 그 시간에 뭐라도 할 수 있다.


     책을 여유롭게 읽어도 좋고 혼자 깔깔대며 재밌는 유튜브를 보거나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만화를 책으로 보기도 한다. 만화책도 실물로 소장하기에는 부피를 차지하길래 정말 좋아하는 만화책은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컴퓨터로 만화를 보는 세상이 되었다. 웹툰 말고 전통적인 B6 정도 크기(약 130mm*180mm)의 만화책말이다.


     혹은 아이패드로 생각 없이 컬러링앱을 켜서 터치 몇 번으로 그림을 하나 뚝딱 완성한다. 때로는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는 멍 때리면서 카드게임이나 버블버블 같은 비교적 규칙이 단순한 게임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복잡한 머릿속이 비워지기도 한다.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좋다.
아침은 아침대로,
저녁은 저녁대로 좋다.


     또 이런 식으로 고를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나는 왜 이렇게 욕심쟁이일까?


     이것도 좋고 저것도 다 좋다니. 물론 사물은 어느 정도 양면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 나는 특히나 이 쪽의 좋은 점, 저 쪽의 좋은 점을 다 누리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욕심쟁이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까 아침도 포기를 못하고 저녁도 포기 못한 거다. 사실 저녁에 비해 아침을 슬쩍(?) 포기했지만 밤은 완전하게 포기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밤에 늦게 잠들게 되고 이게 또 아침에 영향을 준다. 일 년 중 아침에 정말 말끔하게 잠이 탁 깨서 아침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경우는 정말 손에 꼽는다.


       아침에 벌떡 일어나려면 초저녁에 밥 먹고 잠이 막 쏟아질 때 잠에 팍 들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날 아침에 말끔하게 깨는데 그러려면 나의 소중한 저녁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며 멍한 정신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저녁을 그리고 이어지는 밤을 즐기려고 하는 거다.


나는야 욕심쟁이,
 우후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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