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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여행가 Mar 11. 2020

나를 만들어 가는 법; 3차 성징

단점을 극복하고 자존감 높이기

내 삶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

누구에게나 단점이 있고, 못하는 것들이 있다. 20대 초반까지는 내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절대 하지 않으려 하고, 그렇게 묻어만 왔다. 평생 그것과 연루되지 않은 일들을 하면 되지 않을까, 다른 취미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삶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인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못한다는 이유로 굳이 애써 회피하는 모습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면 돌파하기로 결심하였다. 꾸준한 노력 덕에 잘하지는 않아도 어디 가서 못한다는 소리는 안들을 정도, 적어도 내 취미로 즐길 수 있는 정도로 가꾸어나갈 수 있었다.


꽃 다운 나이 20살 때는 외면하면 끝인 줄 알았다.

첫째는 영어. 다른 언어/수리/사회는 1등급이 나왔지만 영어만 유독 3등급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한 문제에 따라 대학 결과가 바뀌는 수능이다 보니 외국어 3등급으로는 내가 원하는 대학교에 갈 수 없었고 재수를 서서히 준비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다행히 수시 논술 전형으로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필수 교양인 영어 수업에서도 애를 먹고 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 했다.

둘째는 노래. 나는 노래 듣고 부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재능이 하나도 없다면 그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리 들어도 음이 감이 오지 않고, 막상 '아 이 정도로 부르면 되겠다' 싶어 부르면 어느새 작곡을 하고 있는 나였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 노래방 가기를 꺼렸고, 가족과 극도로 친한 사람 아니면 노래방에 가도 탬버린만 잡고 있었다.

셋째는 운동. 지구력은 좋은 편이지만 운동 신경이 너무 없다. 축구를 할 땐 분명 똑바로 공을 찼는데 사선으로 가기도 하고, 발야구를 할 땐 분명 날아오는 공을 잡고 있는데 웬걸 공이 옆으로 빠지더라. 대학 시절 단체 춤을 출 때 느꼈다. 아 나는 몸치구나. 몸을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잘 쓰지 못하는구나.



하지만, 어느새 단점들은 나의 삶에서 소중한 취미가 되어버렸다.

군대 전역을 하고 마음 가짐이 많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대학교 1-2학년 시절에는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시간은 딱히 없었기에 군대에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나에 대해 많은 생각해볼 시간이 있었기에 마음가짐이 조금 바뀐 것 같다. 1주일에 한 권씩은 꼭 독서를 했는데, 그런 부분도 마음가짐과 삶에 대한 태도 변화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내가 제일 자신이 없었던, 그래서 피했던, 몸 쓰는 일들이 재미있을 수 있음을 느꼈고, 내 단점들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어 없이는 이 글로벌 시대에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교환학생을 가기로 결심한다. 군대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토플 단어책을 외우고, 전역하자마자 새벽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어 공부만 했다. 알람도 EBS 입트영 (입이 트이는 영어)로 해놓고, 통학 시간에는 영어 드라마를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긴장한 탓인지 첫 토플 점수는 70점 언저리의 교환학생 지원조차 할 수 없던 점수가 나온다.

두 달 노력했는데도 교환학생 지원할 점수도 안 나온다니.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려면 100점 정도는 필요하다 던데. 정말 영어에 재능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고, 자괴감도 들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한다.

점수가 낮은 스피킹 위주로 보완을 하고, 부족한 어휘력 강화를 위해 동의어들을 최대한 외웠다. 그렇게 반복을 다시 두 달을 하다 보니 결국 110점이 나와 1년 동안 필라델피아에서 교환학생을 할 수 있었다. 지금도 발음은 어색하고, 특히 비즈니스 세계로 들어오니 말문이 종종 막히지만, 중남미에 가서 영어로 우리 상품에 대해 설명도 하고, 대만에 가서 업무 협의도 하고, 영국 스타트업 기업과 협업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점을 극복 한 덕이다.

여전히 짬짬히 영어 공부 중

최대 약점이었던 영어를 극복하고 나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인 노래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지 않아 볼 수가 없었다. 사실 남몰래 보컬 학원을 끊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코노에 가서 매번 부르던 노래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러 장르, 다양한 창법의 노래들을 녹음하며 부르고, 어떤 부분이 안되는지 분석했다. 임창정/김동률 같은 발라드도 부르다가, 10cm/잔나비 같은 인디 밴드의 노래도 부르다가, 동방신기/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 노래도 부르고, 폴 킴/휘성 같은 R&B 노래도 불렀다.

나는 그동안 중저음의 보이스를 갖고 있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음이 높구나. 아 감정을 실어야 하는 노래인데, 나는 동요 부르듯이 부르고 있구나. 하나하나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문제점을 찾고 개선한 결과 적어도 노래 못 불러서 부끄러운 일은 없어졌고, 회식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내 취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전히 음이 묘하게 안 맞는 부분은 있지만(확실히 재능은 없다), 내 스타일을 알게 되었고 그 부분을 활용해 자신감 있게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게 해준 코인노래방

마지막은 운동 극복기. 살면서 나는 운동을 해본 적이 없다. 정말 체육시간에 깨작거리는 게 다였다. 그리고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20살까지의 나는 체육 시간을 무척이나 꺼렸고, 체육시간이 자습시간으로 바뀔 때 좋아하던 유일한 아이였다. 운동할 때 그 아픈 느낌도 싫고, 숨찬 것도 싫다. 일본에 가면, 유럽에 가면 하루에 3만 보도 걷긴 하지만, 그건 자연 풍경 따라 산책하는 게 좋아 그런 거지. 운동이 좋아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회사에 입사하고 보니 30대 중반이 되면 관리를 한 사람과 관리를 하지 않은 사람의 티가 확 난다. 나는 아재 내음을 풍기며 늙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장 필요한 것은 잦은 회식으로 늘어난 허리 라인을 줄이는 것이었다.

PT를 50회 끊어버렸다. 이렇게 강제로 가게 하지 않으면 습관을 바꾸지 못할 것 같아서. 월급이 통째로 사라지는 정도의 아픔은 있어야지. PT를 시작하며 욕이 나오기 직전까지 운동을 했다. 27년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운동을 한다고 될 리가 없다. 누구보다 자세 교정이 느렸고, 누구보다 무게 증량이 오래 걸렸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바뀌고 있는 게 정말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자세를 잡고, 무게도 점점 늘리다 보니 어느새 운동도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고, 3년이 지난 30살에는 어느새 취미가 되어서 그냥 이끌리는 데로 헬스장이나 운동을 하러 가게 되었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새로운 결심도 세우게 되었다.

내가 살면서 운동을 즐길 것이라곤 단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제일 못하고, 싫어하고, 회피했던 세 가지를 10년 동안 완벽하게 극복하고,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로 만들었다. 단점이 장점이 된 것도 있지만 가장 좋은 점은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는 것이다.

나는 충분히 Level-up 하고, 성장할 수 있다. 그로 인한 자신감 회복과 높아진 자존감은 나의 모든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


나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나를 아끼고 가꿔줘야 비로소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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