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후회, 자각, 그리고 다시 쓰는 삶의 방정식
요즘 짧은 영상 속에서 나의 마음을 후벼 파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연기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감이 넘친다. 피로한 중년의 삶, 무너지는 자존감, 다가오는 구조조정의 공포, 그리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의 소용돌이까지. 이 드라마는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이다.
한 편, 한 장면, 한 대사마다 가슴을 후벼 판다.
서울에 자가 아파트가 있고, 대기업 부장이면 누가 봐도 ‘성공한 삶’이라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공의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사회와 가정에서 동시에 '꼰대' 소리를 듣고, 회사에서는 쓸모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쓸쓸히 퇴장하는 인생. 어쩌면 이것이 바로 '김부장'이 품고 있는 시대의 비극이다.
그리고 나도 그 김부장과 다르지 않다.
나는 학교에서 교감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고, 대기업은 아니지만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공무원이다.
서울 자가는 없지만, 은행 대출을 등에 지고 아이 둘을 키우며 살아간다.
경제적 안정이라 자부하던 나의 삶이, 드라마 속 김부장을 보며 이상하게 불안해졌다.
이유를 곱씹을수록, 마음이 시린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교사 시절, 맡은 일은 물론이고 아무도 하지 않는 궂은일도 스스로 찾아서 했다.
학부모총회 방송 진행을 하던 날, 둘째 딸이 태어났다.
“왜 그때 병원에 없었냐”는 아내의 원망은 지금도 귓가에 남아 있다.
당시에는 ‘사회적 역할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들을 업무에 내어주었다.
부모님의 부지런한 삶을 닮고자 했고, 그 삶을 나도 은연 중 따라 했다.
휴일에도 일하던 그분들처럼 나도 일로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는 다르다. 조용히 퇴사하고, 워라벨을 지키며 자신을 우선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놓쳐버린 순간들에 대한 후회,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이 뒤섞여 있다.
나는 사회가 ‘공동 학습’을 한다고 믿는다.
한 세대가 겪은 실패와 그림자, 희생과 고통은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버지 세대는 IMF로 직장을 잃었고, 평생직장 신화는 깨졌다.
우리 세대는 그 불안의 대안으로 ‘공무원 열풍’ 속에 정착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아이들은 공직조차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연공서열과 불합리한 인사, 업무 과중, 인정받지 못하는 노력.
열심히 일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 속에서 이들은 냉소한다.
공무원이든 대기업이든, 이제는 더 이상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한다.
김부장의 위기는, 결국 우리 세대의 붕괴를 상징한다.
그는 시스템에 충실했지만 시대는 그를 외면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시스템에 헌신했지만, 보상보다 후회가 더 크게 남았다.
최근 젠슨 황은 인공지능 칩 26만 개를 우리나라에 선물했다.
놀라운 기술 진보였지만, 누군가는 이 숫자를 ‘26만 개의 일자리 상실’이라 예언했다.
화이트칼라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기술을 배워야 산다’는 블루칼라 찬가가 들려온다.
하지만 기술도 결국 자영업의 무한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유롭지만 불안정한 삶, 능력보다는 알고리즘이 앞서는 시대.
그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미국조차 예산안 지연으로 수많은 공무원이 긴급 지원을 받고 있다.
엘론 머스크처럼 효율만을 외치며 공공인력을 감축하자고 하지만,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공공의 역할, 공무원의 역할은 되레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 사회도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무차별한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면,
공공영역에서의 일자리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다.
공공은 개인의 삶을 지키는 마지막 방패막이 되어야 한다.
내가 왜 이 글을 쓰는가.
사실 요즘 교육 칼럼을 너무 많이 써서인지
김부장 드라마의 감상을 나누고자 했던 글이
어느새 시대에 대한 비판과 구조적 제언으로 흘러가 버렸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바로 김부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너는 진짜 너의 삶을 살고 있는가?”
“가족은 너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바꿀 것인가?”
김부장은 우리 중년 세대의 거울이다.
부모를 모시고, 자녀를 키우며, 회사에 헌신한 낀세대.
그러나 결국 사회는 우리를 소모품처럼 대한다.
가정에서도, 자녀에게서도 거리감이 느껴질 때
우리는 이제야 깨닫는다. 지금까지의 삶이 완벽하지 않았음을.
나는 이제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놓고 무엇을 지켜야 할지.
그리고 분명히 다짐한다.
더 이상 업무만을 위해 살지 않겠다.
가족을 외면하지 않겠다.
글을 쓰며, 내 안의 목소리를 끝까지 들을 것이다.
지금의 선택은 늦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살아 있고,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다.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 후회보다는 미소를 남기기 위해
이제 나의 삶을, 나의 문장을 써 내려가려 한다.
2025.11.4.(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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