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처음 가진 그 마음처럼, 늘 그렇게...
지인이 중고차를 하나 샀는데 차를 움직이지 못하겠다고 좀 가르쳐달라고 한다.
운전은 부부지간에도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지만 어려울 때 항상 도움을 주는 아래층에 사는 지인이라 흔쾌히 주차장으로 내려가 보았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지인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와서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고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이다. 주 1회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 다문화실에서 중국어를 강의하기도 해서 나도 배우고 있는 중이고 살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얼른 달려오는 것이 참 고마웠다. 어제는 내려가 봤더니 시동이 걸렸다고 하는데 방전이 된 거라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는데 오늘 배터리를 바꾸어놓은 차에 다시 시동을 거니 잘 걸린다.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가 작게 한 바퀴 돌고 다시 주차해 두고는 기본적인 주의사항만 알려주고 올라왔다.
전문적으로 운전 연수해주는 분께 일정 시간 연수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말과 함께...
겁이 많아 남들보다 늦게 운전면허를 겨우 따고 그걸로 끝이라 생각했는데 다니던 회사 사장님이 똥차를 하나 주셔서 1년간 열심히 타고 다닌 기억이 난다. 1년을 타고 새 차를 사서 운전한 지 어느새 30여 년이 되었지만 운전은 언제나 두렵다. 항상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작은 사고는 어디선가 복병처럼 튀어나오는 것이어서 아무리 조심했다고 해도 충분한 것이 아니다. 나라고 예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운전을 하며 몇 번의 사고를 경험하면서 더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 운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첫차를 보며 ‘처음’, ‘첫 만남’ 같은 걸 생각해봤다.
처음 볼 때는 순수하고 세상을 다줄 것 같은 포근함을 풍기는 미소를 띠던 사람도 세월이 지나면 욕망에 찌든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살아가면서 물욕이 없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얼굴에 나타난다면 그건 잘 살아온 것이 아니다. 끝을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있는 우리 모두의 삶에서 우리는 늘 처음 만났을 때, 처음 마음가짐 등 '처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누구나 처음 같을 수는 없겠지만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 좋다, 나는...
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첫인상이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좋았던 사람은 중간에 좀 싫었더라도 결국은 첫인상대로 가고, 첫인상이 좋지 않았을 때는 중간에 좋았더라도 결국은 좋지 않은 모습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 깊이 익어가는 우리들의 관계가 처음 차를 사서 조금씩 조금씩 내딛던 그 마음처럼 순수하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나부터라도 처음 가진 그 마음 끝까지 간직하며 늘 그렇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