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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 Jul 26. 2020

편의점 데이트

모든 것이 해결되는 곳, 편의점...

두 달쯤 전, 친구 동생이 편의점을 오픈하고 친구는 동생의 도우미로 자처해 나섰다.

지하철 안에 있는 거라 밤 11시까지만 한다고 지만 새벽 6시에 출근하여 밤 11시에 퇴근하는 것이니 쉬운 일은 아니다. 자매가 반씩 나누어하는 일이 동생은 앞 시간을, 언니는 뒷 시간을 맡았다.

나는 친구가 일할 때 그곳을 찾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책을 보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요즘 주말 드라마 중에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있어 친구 자매를 생각하며 빼놓지 않고 본다.

젊은 점장과 어린 소녀 알바의 알콩달콩한 이야기인데 친구 자매는 이것이 그녀들의 마지막 사업이 될지도 모를 만큼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다.


밖이 훤히 보는 창가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도 시간 가는 줄 모르 재미있는 일이다.

환승역이라 열차가 하나 도착하면 바삐 걷는 사람들로 괜히 나까지 분주해지는 느낌이다.

여행을 다녀오는 듯 캐리어를 끌고 남녀가 손잡고 지나가는가 하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느린 걸음을 걷는 사람도 있고 불편한 다리를 질질 끌며 힘겹게 걸어가는 사람, 서로의 짐을 챙겨주며 발길을 재촉하는 노부부, 성큼성큼 긴 다리를 떼며 걷는 젊은 청년 등 참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그러다 편의점을 발견하고 무엇인가를 사러 들어오기도 한다.

편의점에는 없는 것이 없다. 요즘 COVID-19로 마스크가 없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으니 마스크를 사가기도 하고 물을 사가기도 하고 잠시 들어와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으로 주린 배를 채우기도 한다.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카운터로 가면 친구는 바코드를 찍어 계산을 해준다. 모든 것이 전산화되어 장사하는 것도 손쉽다고 한다.

동네 편의점이 아니라 눌러앉아서 술을 먹는 사람이 없으니 시비 붙을 일도 없어 깔끔하긴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 진상 고객도 때로는 있다고 한다. 마음이 변해서 가지고 온 물건 대신 다른 걸로 사고 싶을 때는 처음 가지고 온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하지만 "당신이 갖다 놓으시오." 하는 사람들이나 바코드를 다 뜯어가지고 오면서 잘못 샀다고 떼를 쓰는 사람 등...


친구가 시간 내기 어려우니 친구들도 주로 편의점으로 가서 친구와 만난다. 커피도 있고 음료도 있고 간식도 있고 식사도 있으니 그 안에서 모든 게 해결이 된다. 손님이 오면 잠깐 가서 계산을 하고 다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지난 주말에도 오래 못 만난 친구와 편의점에서 만나 세 시간 여 수다를 떨고 왔다.

녁으로는 떡과 사리곰탕면과 삼각김밥을 먹고 커피 한 잔 내려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두 달 정도 하고 나니 어느 정도의 노하우가 생긴다는 친구가 동생과 함께 편의점으로 인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이것이 그녀들의 인생 마지막 사업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잘 꾸려 나가길 바란다. 젊은 청년이 다음 주부터는 알바로 온다고 하니 조금은 힘을 덜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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