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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지완 Jun 06. 2021

성숙한 관계를 위한 한 가지 행동양식


이제껏 친구에게나 연인에게 참 거리낌 없이 불만을 표했다. 거슬리게 장난치는 친구, 내로남불 하는 연인에게 그러려니 넘기는 일은 드물었다. '참으면 병 된다'라는 말을 채택하여 감정 분출을 정당화했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병이 나지는 않았다. 못지않게 해로운 후회를 남겼을 뿐.



왜 참지 않았을까? 사실 병이 두렵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상대방의 태도에 가만히 있으면 만만하게 보일까 봐 겁났다. 격언을 좀 더 곱씹어보자. 참으면 병이 될 순 있지만, 분출한다고 해서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재표현할 필요성을 느낀다. '참으면 병이 날 수 있으니 표현하되 성숙하게, 지혜롭게 하라.' 



성숙하고 지혜로운 표현이 대체 뭘까? 모호하다. 이에 심리학자 골드스타인은 간단하고 명확한 행동양식을 제시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에 벌을 주는 대신 바람직한 행동에 상을 줘라. 처벌은 적대감과 분노를 유발하고 문제를 회피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골드스타인은 남편의 무관심 때문에 화병에 걸린 아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신기하게도 참여자들은 유난히 불운한 결혼생활을 겪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부부라면 응당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들은 다른 부부에 비해 배우자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었다.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면 끝이 없다. 큰 상처 옆의 작은 점은 눈에 띄지 않지만 백옥 같은 피부에 같은 크기의 점은 눈에 띈다.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면, 상대방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면 점이 눈에 띌지라도 아름다운 피부에 대해 칭찬해줘야 한다. 결점은 마음만 먹으면 어떠한 사람에게서도 찾을 수 있지만, 그러한 태도로는 인간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 새로운 만남을 잇더라도 금방 일그러진다. 결국 혼자 남아 세상을 탓하고 홀로 남겨져 자신의 결점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깊게 가라앉는다.



이 방법이 언제나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으며, 원하는 바를 항상 얻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도해보자. 골드스타인의 연구 외에도 수많은 연구들이 상이 벌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 방법은 좋아하는 사람을 우리 곁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며, 덩달아 자신의 기분도 좋아지게 만든다.



나는 이러한 접근법의 가장 큰 효용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타인을 받아들이는 경험'과 그로 인한 '놀라운 결과'들을 통해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한결 너그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도 장점이 많다면 일단 시도해본 뒤에 경과를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지금 당장이라도 좋다. 가족이든, 친구든, 그들의 바람직함에 진정성 있게 보상을 제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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