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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Sun Sep 11. 2023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I love you

보험의약품에 대한 강의를 준비하던 중 미국 사례를 조사하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미국은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지 않으므로 약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한 예로 전 튜링 제약회사 CEO였던 마틴 슈크렐리가 유명하다. 이 사람은 월가의 헤지 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2015년에 튜링 제약회사를 설립해 성공한 기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에이즈 치료제인 다라프림의 특허권을 사들인 후 1정에 약 1만 5000원이었던 약값을 약 80만 원으로 인상하였다. 30대 초반인 그는 약 55배의 폭리를 취했다는 비난으로 인해 청문회에 소화되었지만 시종일관 비웃는 태도를 보였고 가격 담합에 의한 재판 과정에서도 가격 인상은 자본주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결국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업가, 미국밉상이란 이미지 타이틀뿐 아니라, 2020년 증권사기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았다. 복역 중인 그의 나이는 현재 40세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남자(the most hated man in America)로 불린 마틴 슈크렐리와 사랑에 빠진 여기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여기자는 소위 잘 나가는 블룸버그 통신 소속이었고, 심지어 가정까지 있었다. 그녀는 슈크렐리가 2015년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체포된 사실을 특정 보도한 바가 있었다. 이후 취재를 계속해오다가 슈크렐리가 2017년 재구속된 이후 사랑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퇴사와 이혼을 연이어하였다. 두 사람은 면회, 전화, 이메일로 관계를 이어나갔지만, 2020년도에 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말을 재구성하자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현실화하자 남자가 회피했다는 것 같다. 남자는 올해 9월에 석방될 예정인데, 여자는 그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2~3년이 지난 지금 여자는 여전히 기다리는지, 남자는 여전히 회피할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녀가 그를 첫눈에 반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취재하면서 자기 인생을 다 버리고 싶어 질 만큼 그에 대한 확신이 어느 포인트에서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한편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폭리를 취한 사람이 한 여자의 사랑을 진정성 있게 대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성숙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최근에 혹자의 말에 의하면 성숙한 사랑이란 만나고 헤어짐이 가볍고 서로에게 짐을 지우지 않은 쿨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서로의 니즈가 맞는 사랑, 그것이 요즘 트렌드이며 그럴수록 사랑은 편안하고 오래간다는 것이다. 이런 정의에 비춰볼 때,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는 미성숙하고 고리타분한 것인가 라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다가 만났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고,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고 용납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 서로 비슷할수록 이런 과정이 온화하고 편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100% 일치하는 경우는 0%라는 건 확실하다.


사람들은 사랑을 언제든지 누릴 수 있는 감정이고 기회가 되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사랑보다 성공, 위신, 돈, 권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사랑을 주기보다는 받는 것에 집중하며 그러기 위해서 매력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이에 반해,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배워야 하는 성질이란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보통 사랑을 할 수 있는 올바른 대상을 만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대치되는 말이다. 사람들은 탐나는 상품을 고르듯 상대를 고른다. 첫눈에 반해 둘 사이의 벽이 무너지면서 일체감을 느끼는 순간 흥분으로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을 한다. 그러다 친숙해질수록 신선함과 기적적인 면이 줄어들고 적대감, 실망감, 권태감 등이 생기면서 흥분은 소멸된다. 미칠 것 같은 흥분은 서로 만나기 전 얼마나 외로웠는지만을 입증할 뿐, 사랑에는 실패한다. 따라서 우리가 삶의 기술을 배우듯 사랑의 기술도 배워야 한다. 사랑하려고 애쓰면서도 사랑에 실패하는 원인은 사랑의 기술이 미성숙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훈련과 인내의 과정이 필요하다. 보호, 존경, 책임, 지식으로 사랑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성취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자아도취 극복을 이야기한다. 자아도취적 방향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만을 현실로 경험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객관성이 필요하며,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자신의 욕망과 공포에 의해 형성된 상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즉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신과 상대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성실할 것이고 미래에도 오늘과 같은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런 신념을 갖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고통과 실망조차 받아들이려는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안전과 안정을 추구하는 자는 신념을 가질 수 없다. 아무런 보증 없이 자신을 맡기고 나의 사랑이 사랑받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불러일으키라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 사랑이다. 심지어 김창옥 강사는 그 남자의 뒷모습이 보이면 선택하라고 했다. 그 남자의 짐을 기꺼이 지고 손해 볼 마음이 생긴다면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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