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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안전지대" 고찰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안전지대"라는 말은 주로 물리적 공간을 가리킨다.


그러나 최근 조직 심리학과 교육학, 나아가 사회 문화적 논의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은 "심리적 안전지대(Psychological safety)"다.


이는 외부의 비난이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심리적 환경을 뜻한다.


심리적 안전지대의 개념은 1990년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가 본격적으로 정립했다.


그는 병원팀 연구를 통해, 실수 보고가 활발한 팀일수록 오히려 성과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구성원들이 실수를 숨기지 않고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 즉 심리적 안전지대가 확보된 조직이 학습과 개선에 유리하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이후 구글의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도 이를 뒷받침했다. 수많은 팀 성과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적 역량도, 리더십 스타일도 아닌 바로 "심리적 안전"이었다.


그러나 심리적 안전지대는 단순히 '편안함'과는 다르다. 누군가의 의견이 즉각적으로 무시되거나 조롱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의견 충돌이 곧 인격적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신뢰, 이런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사람들은 자신이 관찰한 문제점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저하지 않고 제기한다.


이는 개인의 창의성뿐 아니라 조직의 집단 지성 발휘에 필수적이다. 더 넓게 보면, 심리적 안전지대는 민주주의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기반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생각을 표출하는 데 위축되지 않는 분위기, 소수 의견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기대, 그것이 있어야 사회적 토론과 공론장이 살아난다.


반대로 심리적 안전이 무너진 사회에서는 "침묵의 나선" 현상이 발생한다. 다수 의견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불이익이 따른다는 불안 때문에, 사람들은 스스로 검열하며 침묵한다.


이런 분위기는 다양성을 억누르고, 결국 사회 전체의 문제 해결 능력을 약화시킨다.


물론 심리적 안전이 무조건 "갈등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날카로운 토론과 의견 충돌이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개인이 배척되거나 낙인찍히지 않는다는 신뢰다. 심리적 안전지대가 확보되면, 오히려 갈등은 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오늘날 학교 교실에서, 기업의 회의실에서, 그리고 사회 전체의 공론장에서 "심리적 안전지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도자나 교사는 권위보다 경청과 존중을 통해 분위기를 형성해야 하며, 구성원들 또한 서로의 발언을 지지하거나 건설적으로 비판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결국 심리적 안전지대는 단순한 심리적 위안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창의성과 혁신, 민주적 토론 문화, 더 나아가 사회적 신뢰를 떠받치는 토대다.


물리적 안전만큼이나 심리적 안전이 중요해진 시대, 우리는 그 지대를 어떻게 넓혀갈 것인지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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