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곁의 감동
어제 저녁 약수동에서 그림책명상 수업을 했다. 그림책을 읽고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함께 낭독했다. ‘지금 우리는 이미 도착해 있다’는, 현존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뒤여서인지 이 시가 더욱 또렷하게 마음에 들어왔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구상 시인은 이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한다. 특히 우리가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바로 그 자리 역시 꽃자리라고 거듭 말한다. 차마 견디기 어려운 자리마저 꽃자리라니, 그 역설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 구절은 내게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지키는 일’로 다가왔다. 우리의 마음은 지금 여기에 머물지 못하면, 금세 과거로 흘러가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달려간다. 그곳에는 미련과 후회, 죄책감, 그리고 근심과 불안,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시인은 그런 상태를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힌 모습으로, 자신의 쇠사슬에 매인 채 동아줄에 묶여 있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순간,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보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고맙고 반갑고 기쁘다’고 노래한다.
이 말은 2600년 전 붓다가 전한 가르침과도 닿아 있다. 지나간 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것을 붙들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지키라는 것.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라는 이야기다.
붓다가 말한 ‘지금 이 순간’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시인이 말하는 꽃자리에 앉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힘들고 거친 자리라 해도, 그 자리에 온전히 머물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날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 자체가 이미 행복임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를 나눈 뒤, 한 참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가 늘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네가 앉은 자리가 꽃밭이다. 이보다 좋은 꽃밭은 없다.”
어머니는 이미 알고 계셨던 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을 살지 못하는 사람은, 꽃밭 위에 앉아 있으면서도 남의 정원을 부러워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시인과 붓다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는 이미 도착해 있는데, 또 어디로 가려하는가.
지금 꽃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어디에서 꽃자리를 찾으려 하는가.
지금 여기가 꽃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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