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주 기록
오랜만에 돌아온 브런치!
죄책감을 가지기보단, 글쓰기 소재를 팍팍 쌓아 올리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뭐든지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간 재미와 흥미가 떨어진다.
내 머릿속의 생각들을 표출하지 않고선 참을 수가 없을 때, 그때 브런치가 생각난다.
8월은 지나치게 힘들고, 지나치게 좋았던 한 달이다.
업무가 바뀌었다.
회사에서 업무가 바뀌어서, 정신없이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쳐내기 바쁜 여름이었다.
잘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해 스트레스받았다. 잘 몰라서 대응이 느리니, 업무 요청은 계속 쌓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잘 몰라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초반에 전력을 다해 일했다. 주말에 나가서 추가 근무를 하며 공부하기도 했다. 처음 업무가 바뀐 한 달은 추가 근무를 30시간 가까이하며 빨리 습득하려고 했다.
점차 유관 부서의 요청에 대응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들의 용어를 이해하고, 업무를 나름 능숙하게 처리해 가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뿌듯했다. 그리고 이번달 추가 근무 시간은 몇 시간 안 되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업무도 익숙해진 듯하다.
잘 모르는 상황을 스스로 견디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내가 가끔 답답하고 싫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나의 성향임을 인정하기로 한다. 이렇게 전속력으로 몇 달 익히다 보면 그 후에는 빠르게 익숙함이 찾아오니까. 그리고 그 익숙한 루틴을 사랑하니까. 빨리 그 순간을 맞고 싶은 거다. 하지만 앞으로 또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된다면, 그땐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대처하고 싶다.
목표했던 오픽 점수를 땄다.
내 짝꿍 남자친구가 2주 넘게 여행을 떠났다. 주말은 보통 남자친구와 보내기 때문에, 주말 시간이 갑자기 텅텅 비었다. 붕 떠버린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기보다는 알차게 사용하고 싶었다. 무슨 재밌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 볼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것이 오픽!
약 5일간 집중 공부를 했다. 마침 주말에 광복절에 시간도 많았다. 공부 1일 차에 모의고사를 쳐봤는데 글쎄 영단어가 아무리 해도 잘 생각이 안나는 거다. 정말 쉬운 단어조차도. 퇴화해 버린 나의 실력에 충격을 받고 오픽 노잼, 제인서 선생님의 유튜브를 섭렵하며 머릿속에 영어를 때려 넣기 시작했다.
그래도 직장인에게 주말은 소중하니까, 공부는 마음에 꼭 드는 공간에서 하고 싶었다. 동네에서 조금 먼 곳의 카페를 찾았는데, 글쎄 100% 마음에 들었다. 널찍한 책상, 높은 천장, 밝은 채광, 맛있는 커피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독서, 노트북, 공부 등 작업하러 온 사람도 많았다. 나는 대학생 때 중앙 도서관을 너무 좋아했는데, 저마다의 공부 거리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그 열기가 좋았다. 그리고 그 열기를 여기 카페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순전히 나의 자기 계발을 위해 하는 공부라 과정이 너무 즐거웠고, 결과는 목표 점수가 나왔다! 회사에서 점수 확인하는데 도파민이 확 돌며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이런 감정 느낀 적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시험이 끝난 지금도 하루에 20분 정도 영어 회화 공부를 하는 중이다. 의무로 하는 공부가 아닌,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라 즐겁다. 최근에 회사 일 말고 다른 것에 뇌를 사용한 적이 거의 없어서 뇌가 살아나는 느낌마저 든다. 얼마 전 책에서 읽었던 몰입이 주는 기쁨이 이런 건가 싶다. 매일 회사-집 반복하며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의 일상에 작은 도토리가 하나 굴러온 느낌이다.
무정형의 삶
정말 좋아하는 김민철 작가님의 새로운 에세이 '무정형의 삶'을 드디어 읽고 있다. 그토록 그리던 파리에서 살아보는 그 경험이 얼마나 소중할지 상상도 안된다. 나도 유럽에 교환학생 가서 반년 간 살아본 적이 있기 때문에, 작가님의 행복의 순간에 공감 가는 점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작가님이 파리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들 리스트 중 대부분이 치즈 사기, 루꼴라 잔뜩 사기와 같은 식료품 사기라는 것. 나도 독일에 있을 때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 로컬 마트에 가서 그곳의 식료품을 잔뜩 사와 친구들과 요리해 먹는 것이었으니까. 그냥 잠시 스치는 곳이 아닌 일상처럼 의식주를 꾸려가는 것은 생소해서 즐겁다.
또, 이 순간을 내가 그리워할 거라는 걸 가장 행복한 그 순간에 생각하는 것도. 그래서 나는 그 기분을 '시간 저장'이라고 부르고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뒀다. 나중에 현생에 치일 때 저장해 뒀던 이 행복한 기억을 꺼내자는 의미로.
작가님은 어렸을 적 방문했던 파리 퐁피두 센터가 인생 공간이라면 나한테는 스위스 그린델발트의 풀밭, 독일 시골 나헤, 시드니가 그런 곳이다. 나도 김민철 작가님처럼 언젠가 꿈에 그리는 그곳에서 살아볼 순간이 꼭 올 거라고 믿는다. 지금은 단지 때가 아닐 뿐! 그래서 나는 행복을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보기로 한다. 행복은 지금 내 옆에도 있으니까.
요즘 나의 행복은 새로운 것에 시도하는 것. 안 해본 걸 하는 거. 9월도 행복한 순간을 마구마구 만들어 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