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지도가 조용히, 그러나 의미심장하게 뒤집혔다. 남쪽이 위로, 북쪽이 아래로 향한 이 ‘거꾸로 지도’는 단순한 시각적 장난이 아니었다. 주한미군이 올해부터 이 지도를 공식 교육 자료로 채택하면서, 그 속에 담긴 전략적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지도의 중심에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가 있다. 지도는 평택에서 뻗어나간 가상의 직선들로 타이베이, 마닐라, 도쿄, 베이징, 그리고 평양까지의 거리를 표기하고 있다. 이 거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물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시각화한 증거다.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은 미국 국방부가 2000년대 초반부터 강조해온 미군의 해외 주둔 전력 재배치 및 재조정 전략의 핵심 개념이다. 이는 특정 지역에 고정된 전력을 분산시키고, 유사시 전 세계 어느 지역으로든 신속히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주한미군은 북한이라는 ‘직선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고정형 전력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 대만 해협 위기, 남중국해 갈등이 격화되면서 주한미군은 더 이상 북한만을 겨냥한 전력이 아니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동북아 전체의 군사적 허브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번 ‘거꾸로 지도’는 그 인식 전환의 상징적 출발점이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지도를 보지 않으면 왜 전략적 유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의 항공모함과 같다.”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 지리적 거점으로서의 평택의 군사 전략적 가치를 드러낸다. 실제로 평택에 위치한 캠프 험프리스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기지로, 2만 명 이상의 미군과 가족이 상주하고 있고, 미군 주요 항공 전력과 통신, 물류 거점이 집중된 장소이다.
‘거꾸로 지도’는 평택을 중심으로 중국 주요 도시들과의 거리(예: 베이징 985km, 타이베이 1425km)를 직선상으로 표기함으로써, 평택이 유사시 작전 전개지로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강조한다.
보통 우리는 ‘북쪽이 위’인 지도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관습은 문화적 합의일 뿐이다. 남북이 바뀐 지도는 미국이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시야 전환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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