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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스위치를 쥔 일론머스크

by 김재균 밀리더스 리스펙솔저

스타링크 차단이 보여준 현대전의 가장 위험한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종 “21세기 최초의 현대전”으로 불린다. 드론, 위성, 인공지능, 사이버전이 동시에 작동하는 전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 전쟁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불편한 질문은 따로 있다. 국가의 전쟁 수행 능력이 언제부터 한 민간 기업의 결정에 의해 좌우되기 시작했는가라는 질문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러시아군 전선에서 전격 차단되면서, 이 질문은 더 이상 추상적인 철학적 논쟁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선에서 사용하던 통신망의 약 90%를 상실했다. 지휘 통제, 드론 운용, 부대 간 연락이 동시에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장애가 아니라, 전쟁의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 차단은 우연이 아니었다. 러시아군이 제3국을 통해 밀반입한 스타링크 단말기를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에 장착해 사용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자, 우크라이나 정부와 머스크 측이 협상에 나섰고, 그 결과 ‘화이트리스트’ 제도와 속도 제한 장치가 도입됐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승인한 단말기만 접속을 허용하고, 시속 75km 이상으로 이동하는 장치에서는 자동으로 인터넷이 끊기도록 설정한 것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매우 정교한 조치였고, 군사적으로 보면 치명적인 봉쇄였다.

이 사건의 본질은 “러시아군이 통신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데 있지 않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결정이 어느 국가의 군 통수권자도 아닌, 한 민간 기업 오너의 판단에 의해 내려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판단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과 협의 속에서 이루어졌고, 도덕적 명분도 분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전쟁의 핵심 인프라가 더 이상 국가의 전유물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과거의 전쟁에서 통신은 군이 직접 구축하고 통제하는 영역이었다. 전신선, 무전기, 군용 위성은 모두 국가가 소유하고 운용했다. 통신망을 끊는다는 것은 상대국의 군사 시설을 타격하거나, 물리적 인프라를 파괴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스타링크는 이 모든 전제를 무너뜨렸다. 저궤도 위성 수천 기로 구성된 이 민간 통신망은 국경을 넘고, 전장을 가로지르며, 군과 민간을 동시에 연결한다. 그리고 그 통제권은 국가가 아니라 기업에 있다.

이번 차단으로 러시아군은 순식간에 ‘과거의 전쟁’으로 되돌아갔다. 군사 블로거들이 구식 워키토키를 기부해 달라고 호소했다는 보도는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니다. 현대전에서 통신은 곧 전투력이다. 실시간 영상 전송이 불가능해지고, 드론 운용이 제한되며, 지휘 체계가 느려지는 순간, 병력 규모나 화력의 우위는 급격히 무의미해진다. 스타링크 차단은 러시아군을 수년 전 기술 수준으로 되돌려 놓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장면을 단순히 “정의로운 기술 사용”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오늘 러시아군의 통신이 차단됐지만, 내일은 누구의 통신이 끊길지 알 수 없다. 문제는 머스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도덕성에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 간 전쟁의 핵심 수단이 민간 기업의 플랫폼 위에 올라가 있다는 구조 그 자체다.

스타링크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필수 인프라가 됐다. 우크라이나군은 물론, 정부 행정, 의료, 언론까지 이 위성 인터넷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머스크는 과거 여러 차례 “스타링크는 전쟁에 사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특정 용도의 사용을 제한해 왔다. 이는 민간 기업의 윤리적 판단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가 안보 차원에서는 극도로 불안정한 조건이다. 전쟁 수행의 핵심 요소가 언제든 기업의 내부 정책이나 CEO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현대전의 권력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군사력의 중심은 국가였지만, 이제 정보·통신·위성·플랫폼은 민간 기업이 쥐고 있다. 전쟁은 여전히 국가가 수행하지만, 그 전쟁의 ‘스위치’는 점점 더 민간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군사 주권의 약화이자, 안보의 외주화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러시아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자체 저궤도 위성망 개발, 광케이블 기반 통신, 셀룰러 모뎀 등 대체 수단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러한 대안은 스타링크만큼 안정적이지도, 기동성도 갖추지 못했다. 현대전에서 ‘완벽하지 않은 대안’은 곧 전투력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제 질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넘어선다. 앞으로의 전쟁에서, 국가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민간 기업의 기술력에 의존하면서도 그 통제권을 넘겨줄 것인가, 아니면 국가 차원의 독자적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감수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쉬운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다. 전쟁의 핵심 요소를 타인의 손에 맡긴 채 안보를 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스타링크 차단 사태는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구조의 위험을 드러낸 사건이다. 한 민간 기업의 결정으로 전선의 통신이 마비되고, 전쟁의 흐름이 흔들릴 수 있는 시대. 이 현실은 우리가 생각해 온 국가 안보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든다. 현대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미사일도, 전차도 아닌, 접속을 허용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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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경험을 바탕으로 국방 인재교육과 정책·경영 분야에서 활동하며, 국방인재교육기업 ㈜밀리더스를 운영하고 콘텐츠 플랫폼 ‘리스펙솔저’를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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