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시계추를 다시 돌리기 위한 정부의 선제적 승부수
한반도의 시계가 다시 '평화'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새해 초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한 합의문의 부활이 아닙니다. 극도로 경색된 남북 관계의 판을 바꾸겠다는 전략적 결단에 가깝습니다.
정부가 합의 복원에 속도를 내는 가장 큰 외교적 배경은 오는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입니다.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강력한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해 단행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 일종의 '노크'였다면, 이번 군사합의 복원은 '안방 문을 여는 행위'와 같습니다. 트럼프의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긴장 완화 조처를 실행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입니다.
이번 복원 논의의 핵심 키워드는 '선제적'과 '단계적'입니다. 통일부와 국방부는 북한의 호응을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먼저 실행할 수 있는 카드부터 꺼내 들었습니다.
최우선 과제: 전방지역의 포사격 훈련 및 지상 야외 기동훈련 중지
실무적 검토: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및 서해 평화수역 설정
전략적 유연성: 군사분계선 상공 비행금지 구역 재설정
특히 전방 훈련 중지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입니다. 북한의 호응 없이는 불가능한 '서해 평화수역' 같은 거대 담론보다, 우리가 즉각 멈출 수 있는 훈련부터 중단함으로써 "우리는 합의를 지킬 준비가 되었다"는 명분을 쌓고 있습니다.
물론 위기도 있었습니다. 최근 북한이 주장한 우리측 무인기 침투 사건은 군사적 신뢰 구축에 찬물을 끼얹는 듯했습니다. 비행금지 구역 설정 논의가 자칫 동력을 잃을 뻔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반응에서 미묘한 변화를 읽어냈습니다. 과거 무인기 사건 때처럼 원색적인 비난만 쏟아내는 대신, 우리 국방부의 "군용 무인기를 운용하지 않았다"는 발표를 "유의한다"고 평가하며 추가 설명을 요구한 점에 주목한 것입니다. 이는 북한 역시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았으며, 우리 정부의 대응에 따라 소통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통일부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관계 재개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희망 고문이 아닙니다.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단 1%라도 낮출 수 있다면, 정부는 기꺼이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먼저 손을 내밀겠다는 절박함의 표현입니다.
군사합의 복원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내부의 반대 여론과 북한의 돌발 행동이라는 변수가 상존합니다. 그러나 평화는 완성된 상태로 오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1%의 가능성을 믿고 99%의 노력을 쏟을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4월의 봄바람이 불어올 때, 우리가 내민 이 손이 한반도의 긴장을 녹이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