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하루는 정해져 있다. 반면 프리랜서의 하루는 내가 만들기 나름이다. 시간이 나에게 있다는 것이 아주 큰 장점이기는 하지만 그게 또 큰 단점이 되기도 한다. 내 손에 있는 시간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 때는.
어제는 과음을 했다. 과음이 오늘에 미친 영향은 컸다. 아침에 원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고 아침 수영을 걸렀다. 하루 종일 온몸이 무겁고 머리는 띵하다. 개운치 못한 몸으로 일을 하자니 일에 집중도 잘 안 된다. 금요일이니 오늘은 좀 쉬엄쉬엄 가자며 나와 합리화를 내세운 협상을 한다.
뭐 과음은 프리랜서가 아니어도 회사원에게도 같은 영향이 있기는 하다. 술은 몸이 안 받아서 못 마시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쓸데없이 술이 강해서 괜찮겠지 하며 과음하게 된다.
요즘 느끼는 프리랜서의 장점은 재택근무가 가능해서 반려동물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프리랜서가 된 이후 오랫동안 키우고 싶었지만 혼자 외로운 시간이 너무 많을까 봐 키우지 못했던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도 같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일을 해야 하니 생각만큼 많이 놀아주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다 가질 수는 없는 법.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골라 할 수 있는 것도 프리랜서의 큰 장점이다. 내가 싫은 일은 안 해도 되고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봐도 된다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백만 배는 준 것 같다. 물론 일을 골라하면 경제적인 부분은 또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돈이 목적이 아닌 일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또 바꿔 말하면 프리랜서로 일을 우선으로 해서 사업적 성공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경제적인 부분은 직장인에 비하면 안정적이지 않고 적을 수 있으니 이게 또 단점이 될 수 있다.
계속 공부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도 프리랜서의 장점이다. 회사원일 때는 하루의 모든 시간이 회사일에 저당 잡힌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 밖으로 나와서는 특히 일과 관련된 공부는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다고 더 월급 주는 것도 아닌데라면서 속 좁은 생각을 하게 되고 저녁이 되면 파김치가 되어 소파와 넷플릭스와 군것질 거리가 한 몸이 되어 저녁을 보냈다. 프리랜서가 되고 나니 자발적 공부 욕구가 성장 욕구를 자극시키며 어떤 것이든 배우고 싶다는 열린 자세가 된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트라이얼버전의 내가 된다. 이것도 한번 해 보고 저것도 한번 해 보고 이것도 배워보고 저것도 배워보며 그동안 무심했던 또는 배우고 싶거나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일 년이 채 안 되었지만 그래서 퇴사 후 여러 가지 버전의 다양한 나를 찾고 탐험하는 과정인 듯하다. 어떤 날은 익숙지 않은 내 모습에 시무룩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신이 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마냥 신이 나다가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없는 시간이 무료하기도 하고 그렇게 냉온탕과 이벤트탕, 한방탕, 히노끼탕을 오가는 듯하다. 그래도 회사 일로만 가득 차 있고 모든 스트레스가 회사, 일, 회사 사람으로 갇혀있던 그때보다 조금은 더 자유로워진 듯하다. 그리고 마냥 회사원 말고 딴 거 하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던 회사원 시절의 그 로망을 실천해 봤으니 것도 버킷리스트 실천 중의 하나인 셈.
그래서 둘 중 뭐가 좋으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그 답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할 것 같다. 뭐 회사를 나와서 프리랜서가 되니 정말 좋아요도 아니고 회사원이 정말 좋았어요도 아닌 아직은 나에게 더 맞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뭐 이 나이 돼서 아직도 찾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라고 묻는다면 뭐 우린 백세 시대라고 하니까 아직 시간은 많다고 하면서. 백세까지 즐겁게 살기 위해 중간 점검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