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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r 07. 2024

피아니스트 조성진 연주회

파리 샹젤리제 극장

3월 6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회가 있었어요. 곡명은 아래 사진 속 프로그램을 참고하시기 바랄게요.



이곳에 살면서 조성진 씨의 연주회를 간 것은 이번이 3번째예요. 처음은 2017년 루이비통 재단에서, 두 번째는 2019년 12월 샹젤리제 극장, 세 번째가 바로 어제 3월 6일 샹젤리제 극장... 근데 2019년 12월에 프랑스에 어떤 일이 있어냐면 노란 조끼 시위가 한창 심할 때였어요. 그래서 집에서 자동차를 타고 갔는데 하도 길이 막혀서 15분 정도 늦었고, 입장을 못했어요. 늦으니까 안 들여보내주더라고요.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이렇게 다시 만난 조성진 피아니스트. 그동안 그는 성숙미 물씬… 훌쩍 성장했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무대에서 여유가 많이 느껴졌어요. 2017년 때의 그의 모습은 갓 쇼팽 콩쿠르에서 1위를 하고 세상에 알려져서 약간은 긴장된 그런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뭐 거의 무대를 쥐락펴락 하며 능수능란하게 관중을 사로잡더라고요. 연주할 때 리듬도 타고, 여유가 있고, 무대 인사할 때도 미소와 함께 제스처도 자연스럽고... 연주부터 무대 매너까지 정말로 경지에 오른 그런 느낌이었어요.


중간 쉬는 시간 20분 포함해서 총 2시간 정도 연주를 했는데요, 그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그의 어린 시절, 성장 과정, 피나는 연습과 기다림... 그런 노력과 고통의 순간들이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시에 저의 어린 시절도 생각이 났어요. 어릴 적 우리 엄마는 나를 피아니스트 만들어보려고 부단히 연습을 시키고 콩쿠르를 내보냈지... 부모가 강하게 시키는 것은 되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잘 아는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조성진 씨의 어머니께서는 아들을 믿고 기다려주셨기 때문에 자녀는 더욱 편안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이 함께 온 사람들도 많이 보였어요. 관객석이 거의 다 찼는데 반 이상이 한국인이었어요. 파리 및 파리 근교에 사는 한국인은 다 모인 것 같았었어요. 그런데 이번 연주회에서는 예전과 다른 감정이 올라왔어요. 이전에는 조성진 씨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너무 멋지다. 나의 아이도 피아노를 치면 좋겠다. 조성진 씨는 너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그래, 조성진 씨의 연주는 너무 좋지만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도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르지. 일찍이 자신의 꿈을 거의 다 이룬 조성진 씨는 지금 과연 행복할까? 그는 삶을 살아가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살아갈까? 정상에 오른 사람은 행복감을 어떨 때 느낄까? 삶이 과연 꼭 성공해야 행복하고, 남이 자신을 우러러봐주고 유명해져야 과연 좋은 것일까? 그냥 평범하게 일반인으로 살아도 자신이 행복을 소소하게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천장화가 멋지네요. 음악하는 모습을 그려놨어요. @모니카
연주 시작 전 입구 모습, 연주 후 나오면서 찍은 풍경 @모니카


지금 제 아들도 피아노를 배우고 있지만 다음 학기부터는 더 이상 배우고 싶지 않다고 하면 피아노를 그만 둘 생각이에요.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시키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피아노를 시작한 지 약 6개월 정도 되었는데 크게 흥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럼 어때요? 한번 새로운 악기에 시도해 봤다는 것에 만족하고, 꼭 잘 쳐야 할 필요도 없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서 행복하면 되지 부모 욕심으로 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어제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고 있으니 정말 감사드리고 대단한 사람이며, 또 나와 내 아이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면 좋다는 생각을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생각했어요.


앵콜 1회가 끝나고 이만 먼저 나왔어요. 시간이 이미 2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죠. 나오는데 뒤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어요. 2번째 앵콜곡을 시작하려고 해서 터져 나온 박수 소리였어요.


샹젤리제 거리를 걷는데, 아름다운 밤이었어요. 가로등 불빛으로 빛나는 파리의 밤은 아름답지만 집에 가는 길은 좀 많이 무서웠어요. 또한, 이제는 체력이 안 되는 구나도 느꼈어요. 11시가 다 되어가는 볼로뉴 숲을 낀 동네 밤길은 무서웠고, 다리가 덜덜 떨리는 것 같았어요. 집에 도착하니 휴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피곤이 급속도로 몰려옴을 느꼈어요. 이제 평일 음악회는 무리긴 무리다...라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누워서... 밤 11시 35분인 지금 조성진 씨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연주가 끝나고 호텔방에서 샤워하고 맥주 한 잔 하며 넷플릭스를 보고 있을까? 연주를 끝내고 방에 있는 조성진 씨의 일상을 궁금해하며 스르륵 잠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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