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을 마치며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저는 게임 기획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정보 전달자'가 되려 했습니다.
"이런 장르에는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식의 실용적인 지식을 담으려 했죠. 하지만 곧 한계를 느꼈습니다. 딱딱한 지식의 나열은 재미없고, 저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빠져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글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오랜 시간 기획자로 살며 쌓았던 저의 생각과 시각을 공유하는 글을 쓰기로요.
단순히 '무엇을 설계하는가'를 넘어, '왜 그렇게 설계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시스템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삶은 어떤 구조로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은 사람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애초에 완벽한 답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는 과정 자체가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고민들이 글로 풀어지면서 하나의 체계로 정리되었고, 글쓰기는 제게 또 다른 종류의 '기획'이 되었습니다.
이 글들은 지식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저의 사유와 성장의 흔적이 되었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저는 글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게임 속 가상 세계가 아닌, 현실과 맞닿은 경험과 철학의 세계를요. 그리고 그 속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저라는 사람을 다시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독자라는 '플레이어'의 관심사와 니즈를 파악하고, 콘텐츠라는 '시스템'을 읽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며, 피드백이라는 '데이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과정은 결국 시스템 기획과 같은 원리였습니다. 다만 목표가 '재미'가 아닌 '의미'였을 뿐이죠.
이 글들을 읽어주신 여러분 덕분에 저의 경험은 단순한 기억이 아닌 기록이 되었고, 제 철학은 막연한 생각이 아닌 언어로 남게 되었습니다. 혼자만 간직하고 있었다면 '추억'으로 끝났을 이야기들이, 이제는 누군가의 고민에 작은 해답이 되고, 누군가의 선택에 참고점이 되며, 누군가의 일상에 잠시나마 위로가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제가 이 여정에서 얻은 가장 큰 보람입니다.
이 연재는 막을 내리지만, 저는 앞으로도 게임과 삶, 그리고 사람 사이의 시스템을 고민하며 새로운 글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19년 차 기획자에서 이제 막 시작한 작가로. 게임 속 가상 세계 설계자에서 현실의 더 나은 시스템 설계자로.
앞으로의 여정에서는 실제 프로젝트 사례를 통한 구체적인 기획 노하우, 게임업계의 변화와 미래 기획자가 준비해야 할 것들, 그리고 시스템 사고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실험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려 합니다.
이 여정이 끝이 아닌 쉼표인 이유입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제 글의 하트를 눌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연재가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영감과 위로가 되었기를,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시스템과 더 의미 있는 세계를 만들어가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게임 속 서비스가 종료되어도 플레이어들의 추억이 계속되듯이, 이 연재가 끝나도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계속 진화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또 다른 이야기에서, 또 다른 세계에서, 또 다른 시스템 속에서 만날 것입니다.
그때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멋진 세계를 설계해 나가시기를 응원합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