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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인메이커 Jul 09. 2020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더 중요한 UX

 #2. 업무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험디자인


아래는 2018년 4월 9일 중앙일보 기사이다.


“지난 6일 오전 9시30분. 삼성증권의 한 주니어급 직원이 실수를 저지른다. 우리사주를 가진 직원에게 배당을 지급하면서 단위로 ‘원’ 대신 ‘주’를 입력했다. 주당 현금 1000원이 아닌 삼성증권 주식 1000주가 각 계좌로 입고됐다. 우리사주를 가진 약 2000명의 직원에게 나가야 할 28억원의 현금 배당이 28억 주로 바뀌어 입금됐다. 금액으로는 110조원이 넘는다. 잘못 배당받은 약 2000명의 삼성증권 임직원 가운데 16명이 501만3000주를 매도했다. 액수로는 약 2000억원에 달한다. 주식을 판 직원 중엔 부서장급과 애널리스트도 있다. 이로 인해 삼성증권 주가가 순간적으로 11% 넘게 폭락했다.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팔지 말라’고 공지하는 등 삼성증권 내부에서 문제를 깨닫고 사태 수습을 시작한 건 이날 오전 9시50분을 전후한 시점이다.”


삼성중권 직원의 사소한(?) 실수로 110조원이 잘못 지급되어버렸다.


직원의 사소한(?) 실수로 110조원이 잘못 지급되어버렸다. 회사는 주가폭락하고 금융감독위의 지적도 받았다. 회사를 다녀본 분이면 이 실수로 그 직원과 동료들이 얼마나 곤욕을 치렀을지 상상이 갈 것이다. 

이런 실수가 얼마나 될까? 자세한 통계는 알려지지 않으나 (기업비밀로 해서 쉬쉬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수로 인해 회사에서 짤릴 뻔한 사례들은 많이 들어보았다. 위 사례도 구글에서 “주식 매수 실수”로 검색한 결과의 두번째에 나온 것이다 (첫번째는 블로그라 두번째인 신문기사를 사용함). 


반면 잘된 사례들도 많다 (잘된 사례들도 널리 알려지지는 않는다). 기업용 모바일 앱을 만들어서 그동안 못하던 것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준 사례와, 복잡한 업무절차를 파악해서 이를 재설계하여 업무생산성을 극대화한 사례를 소개하겠다. 이전 글에서 소개한 IBM MobileFirst 프로젝트와 더불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대표적인 전형들이다. 


첫 사례는 직접 목격한 한 프랜차이즈 빵집의 점주용 앱 사례이다. 어느날 집 앞의 빵집에 갔다가 점포 사장님이 회사에서 제공한 모바일 앱으로 내일 판매할 빵과 재료를 주문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궁금해서 사장님께 이 앱을 어떻게 쓰는지, 쓰면서 좋아진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게 됐다. 그 사장님은 이 앱을 쓰게 되어서 내일 판매할 제품의 재고확인을 위해 새벽 5시에 출근하는 일이 없어졌고, 본사에 제품을 주문할 때 매장의 제품 별 판매량을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어서 비인기 제품 때문에 발생하는 재고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유통기한이 짧은 베이커리 상품은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본사와 점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이고, 특히 매장 점주들 에게는 매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이 앱은 간단해보이지만 본사 (+배송직원, 주문담당직원), 점주에게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였다. 


다음 사례로는 회사 동료가 프로젝트로 수행한 반도체 생산관리시스템의 UX 개선 사례를 들고 싶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부 공정은 1000개 이상이고, 생산 기간은 LOT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가 실리는 단위) 한 개당 2개월을 넘기기도 한다. 이 반도체 회사의 공정 엔지니어들은 이런 LOT 수십, 수백 개를 관리하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 생산 중에 제조 방법을 바꾸거나 이슈가 발생하면 바로 조치를 해야 한다. 이 때 엔지니어가 실수라도 하게 되면, 생산 중이던 반도체들은 모두 폐기되어야 하므로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미칠 수 있다. 실제로 한 공정 엔지니어는 신입 때 특정 공정의 제조 레서피를 잘못 입력해서 LOT 1개를 날려먹은 적이 있는데, 이 때 손해본 금액이 10억이어서 그 뒤로 자기 별명이 10억이 되었다고 했다. 이 엔지니어는 자기 부주의 때문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과연 엔지니어의 잘못만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들의 업무를 "관찰하고 모델링하고 분석해서" 엔지니어들의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기능 및 절차를 고안하고, 이를 반영한 UI를 디자인했다. 그 결과 매일 수행하는 공정엔지니어의 생산관리 업무시간을 3시간에서 15분으로 줄이는 결과를 만들었다 (아쉽게도 UI는 그 회사의 지적자산이어서 이글에서는 소개하지 못한다). 당연히 그 회사의 경영진이 큰 관심을 보였고 성공적인 사례가 되었다 (이 과제는 반도체 회사의 업무시스템을 재구축하는 큰 프로젝트 중 하나였는데, 다른 과제들은 경영진의 관심받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다른 과제들은 예전처럼 컨설턴트들이 기획하고, 외주업체가 UI를 디자인한 뒤, 소프트웨어가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UX 디자이너가 기여한 과제와 그렇지 않은 과제 간의 차이점은 다른 글을 통해 소개하겠다). 


회사에서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나 툴이 상당히 많다. 위 사례 처럼 아주 간단한 모바일 앱부터 아주 복잡한 시스템까지 그 종류도 꽤나 많다. 보통 자주 사용하는 출퇴근관리 시스템, 경비정산 시스템, 연말정산 시스템 등. 또한 특정 직무에서 일하는 분들은 해당 직무에서 사용하는 특정 소프트웨어가 있다 (은행에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생각하면 상상하기 쉽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프트웨어 회사의 상위에는 소비재 제품을 만들지 않는 Oracle, SAP 등이 항상 최상위에 있다 (IT 종사자들에게는 유명한 회사이나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회사이다).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뜻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잘 만들어진 UX는 직원들의 실수를 막으며, 생산성을 향상하고, 고객에 대한 좋은 서비스로 이어진다. 반면 잘못 만들어진 UX는 회사에 큰 손실을 일으키고, 한명이 할 일을 두명이하게 하고, 결국 고객 불만족의 원인이 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잘 만들어진 UX는 직원들의 실수를 막으며, 생산성을 향상하고, 고객에 대한 좋은 서비스로 이어진다.

또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대부분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큰 비용이 투자되고 오랜 기간동안 진행된다. 심지어 개발만 5년 째 하고 있는 과제도 본 적이 있다. 문제는 잘못된 기획으로 15%의 과제는 진행 중 취소되며, 50% 정도의 프로그래밍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고 알려져있다 (Benefits of User-Centered Design, Usabilty.gov. https://www.usability.gov/what-and-why/benefits-of-ucd.html). 잘된 UX 기획은 큰 비용이 투자되는 기업용소프트웨어 개발의 성공가능성을 매우 크게  높인다. 


유명한 이 그림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잘된 UX 기획은 큰 비용이 투자되는 기업용소프트웨어 개발의 성공가능성을 매우 크게 높인다.

회사에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UX는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전 회사에서 사용하던 과제 관리 소프트웨어에서 담당자를 지정하고 변경하는 것을 매번 동료에게 물어보면서 했던 경험이 있다 (6~7번 정도 하고 나서 어떻게 하는지를 알게되었다). 출장비 정산 시스템에서 영수증 처리를 잘못해서 손해를 본적도 여러번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은 이를 감내하면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왜냐면 월급이 나오니까). 


직원들이 별로 불평을 하지 않게 때문에 UX 디자인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회사 경영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틀린 말이다. 즉 하루 8시간을 일하는 사람이 10개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UX를 잘 디자인해서 12개를 처리할 수 있게 한다면 업무 생산성은 20%가 늘어난 것이다. 다른 말로 120개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12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10명이 필요한 것이다. 10명은 기존의 업무를 처리하고, 나머지 2명은 좀더 새로운 일을 하게 된다면 그 가치는 더더욱 올라갈 것이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서 UX 디자인은 업무 생산성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국내 중견·대기업 이상 경비처리 실태, “아직도 영수증 풀칠…가장 불편", http://www.ef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036


직원들이 별로 불평을 하지 않는다고 UX 디자인이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회사 경영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틀린 말이다. 한명이 할 일을 두명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 싶다. 20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Enterprise UX 학회에에서 만난 미국 한 은행의 UX 매니저와의 대화이다. 그의 UX 디자인팀에 30명 정도가 일을 하고 있고, 계속 채용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에서 어떤 UX 업무를 하기에 조직에 디자이너들이 이렇게 많은지 물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 은행에서는 2-3명의 UX 디자이너를 채용해서 고객이 쓰는 모바일앱을 개편하는 업무만 하고 있었다). 그 은행의 UX팀은 직원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사무실을 떠나서도 업무를 볼 수 있는 모바일 과제가 많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시스템은 대부분 외주개발사가 들어와서 개발한다고 하자, 그는 그 은행은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을 내부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개발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은행의 경쟁력은 은행이 고객에게 판매하는 상품에 있지만, 최근에 그 차이가 미미해졌다. 대신 직원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는지가 은행의 경쟁력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게 회사 경영진의 관점이다.” 




Wells Fargo의 UX Architect 채용 공고, 회사 내부의 업무와 고객 경험 개선을 모두 포함한 업무 범위를 제시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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