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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May 24. 2020

파밀리아 채플 예식 준비 과정

주례 신부님, 증인 섭외, 스드메부터 결혼식 후 기념 촬영까지

2019년 10월, 우리는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의 혼인일 예약 추첨을 무사히 마치고 예약금을 지불했다.

일단 원하는 날짜를 예약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만으로 정말 벅차고 행복했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실제 결혼식 진행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알아보고 준비했다.





주례 신부님, 증인

성당 결혼식은 일반 결혼식과 다르게 미사 형식으로 진행이 된다. 신부님께서 혼배를 위한 미사를 집전해주시는 방식이기 때문에 결혼식이라기보다는 미사에 조금 더 가까운 형식이다. 따라서 일반 결혼식과 비교했을 때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축가를 진행하고 싶다면 성가여야 하고 성가가 아니더라도 곡 선정에 제한이 있다고 들었다. 우리의 경우, 안 그래도 일반 예식보다 순서도 복잡하고(성찬식을 포함해서 미사와 모든 순서가 동일하게 진행된다.) 미사 시간도 대략 45-50분 정도로 길 텐데 축가나 편지, 부케 던지기 같은 추가적인 이벤트까지 포함하게 되면 천주교 신자가 아닌 하객 입장에서는 너무 긴 시간으로 느껴질 것 같아 모두 생략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이미 혼배미사를 위해 필수적으로 준비할 것이 많아 다른 이벤트는 신경 쓰기 어려울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부터 하나씩 준비해나갔다.


우선 미사 형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주례 신부님이 가장 중요했다. 우리는 나의 첫 신부님이자 늘 남편과 함께 미사를 드리던 청파동 본당 신부님께 요청을 드렸다. 미리 성당을 통해 연락드리고 면담 날짜를 잡아 혼배 미사 주례를 요청드렸고 감사히도 너무나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혼인 여부를 증인할 증인도 필요했다. 신랑 측 1명, 신부 측 1명으로 이 혼인에 대해 증인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증인은 신랑 신부가 성혼선언문을 낭독할 때 잠시 나와 옆에 서서 선언문을 들고 같이 확인한다. 그리고 신부 측 증인의 경우 미리 혼인 반지를 보관하고 있다가 식 시작 전에 전달하는 역할도 있다. 꼭 천주교 신자는 아니어도 된다. 나는 친한 친구에게 부탁을 했고 남편은 같은 천주교 신자이자 친한 형에게 부탁을 드렸다.





주차권, 식권

대중교통 이용은 용이하지만 자가용의 경우 아무래도 명동 중앙이라 많이 밀릴 것 같았다. 그리고 예식 하객들의 경우 성당 내부 주차시설이 아닌 별도 건물의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식이라 아무래도 불편하실 것 같아 지인이나 친구들에게는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권했다.

필요한 주차권의 경우 미리 인원수만큼 주문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식사는 뷔페 업체를 이용하는데 업체를 고를 수는 없고 하나가 지정되어 가격대만 선택할 수 있다. 지정된 뷔페 업체에서 시식 일자를 알려주면 그 날 시식 후 단가와 총인원을 식 2주 전까지 최종 결정하여 전달하면 된다. 단가는 4-6만원 대에서 3가지 선택지가 있고 금액에 따라 음식 종류가 몇 가지 추가되는 식이었다.

먼저 예약금 일부만 납입한 후 전체 결제는 식 당일에 하게 되는데, 정신없는 와중에 직접 계산해야 해서 같이 챙겨서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좋다.


가장 중요한 음식 맛은 시식했을 때 일반 웨딩홀보다 낫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우리 입맛에는 꽤 맛있었다. 다행히 하객 분들도 음식이 맛있었다고 많이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장소는 파밀리아 채플 바로 아래층 피로연 장에서 바로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약 300여 명 수용 가능하며 결혼식 시간이 길고 예식 시간 텀도 꽤 있어서 겹치지 않고 이용할 수 있었다.


스드메와 플래너

스드메는 성당 결혼도 별 다를 것 없이 자유로웠다. 우리는 가능하면 생략할 수 있는 건 생략하고, 하고 싶은 건 후회 없이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생략한 것은 스튜디오 촬영이었다. 보통 모바일 청첩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촬영하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하는데, 그러기엔 필요한 금액이 너무 컸다. 메이크업과 헤어 한 번, 드레스 대여 한 번이 너무 비쌌고 그렇다고 셀프로 준비하기에는 우리 둘 다 재주도 욕심도 없었다.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즐기는 편도 아니어서 사진 속 웨딩 촬영 연출들이 왠지 어색해 보였고 마음에 드는 업체를 찾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빨리 포기하기로 결정, 대신 명동 성당을 배경으로 본식 때 멋지게 찍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은 드레스와 메이크업이었는데 우선 인스타그램으로 몇 가지 업체랑 브랜드 이름을 알아냈다.

2-3가지를 염두에 두고 자세한 사항은 플래너를 통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플래너를 찾기 위해, 혹은 플래너 없이 진행하더라도 대략적인 견적을 알아보기 위해 웨딩 전문 업체의 박람회에 가보았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한쪽에는 상담 테이블이 일렬로 놓여있고 한쪽에는 드레스 입은 마네킹들이 한꺼번에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모든 상담은 최저가 업체나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왠지 경쟁적인 분위기가 느껴져서 결혼 준비가 하나의 쇼핑이고 별 다를 것 없는 소비자가 된 기분이 들어 찝찝했다.


플래너 없이 직접 준비해야 할까 고민하며 집에 돌아와 조금 더 블로그를 검색해보다가 우연히 성당 전문 플래너를 찾았다. 우리가 결혼할 장소인 파밀리아 채플에서의 진행 경험도 많으실 뿐 아니라 첫 만남인데도 우리를 관심 있게 이끌어주시려고 노력하시는 마음이 느껴졌다. 사실 가격만 생각하면 박람회 업체보다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함께 하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 끝에 선택했다.


그 후로는 실장님의 가이드에 따라 어울릴만한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를 선택했고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주셨다. 모든 게 처음이고 어색한 상황에서 믿고 후회 없이 잘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셨고 그 외 성당 결혼을 위해 필요한 부가적인 준비나 식 당일 이동할 때의 동선까지도 미리 세세히 챙겨주셨다.



본식 추가 스냅 업체 선정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의 경우 성당에서 지정한 촬영 업체가 있고 반드시 이 업체에서 필수로 본식 촬영 및 앨범 제작을 해야 한다(기본요금에 포함). 그런데 사진이 예쁘지 않기로 유명하다. 예쁘지 않다기보다는 정해진 형식에 맞춰 최소한의 촬영만 해주시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식 전 미용실 동행 촬영이나 피로연 촬영, 대기 중 자연스러운 하객 컷 촬영 같은 요즘식 연출은 없다. 그래서 보통은 별도 스냅 업체를 선정하게 되는데 이 추가 스냅이 성당에서 허용된 사항이 아니라서 식 전에 일찍 도착해서 먼저 촬영을 하는 식이라고 한다.


우리는 결혼식만큼은 평생 한 번뿐인 추억인데 사진에 잘 안 담기면 많이 후회될 것 같았다. 추가로 계약하게 되면 비용을 두 번 내는 격이긴 하지만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플래너 실장님을 통해 너무 마음에 드는 스냅 업체를 알게 되었고 추가 스냅 업체를 계약했다. 제약이 있어 식 전체를 완벽히 담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그 날의 자연스러운 풍경들, 하객 분과 가족, 우리의 준비 모습은 꼭 충분히 예쁘게 담고 싶었다.


나중에 두 업체의 사진첩을 받고 보니 성당 지정 업체의 경우 명동대성당의 풍경과 전체적인 성당 내부와 외부 모습, 신부님께서 미사를 집전해주시는 등 본식 중간중간의 풍경이 담긴 사진이 많아 좋았고, 별도 개인 스냅 업체의 경우 신부와 신랑 인물 위주의 자연스러운 사진들이 많아 좋았다. 성당으로 이동하기 전 준비하던 모습과 당일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들, 신부 대기실에 앉아있느라 볼 수 없었던 가족과 하객분들 모습도 많이 담겨있었고 우리가 원하는 컨셉의 이미지들이 많아 만족스러웠다.




성당 지정 업체만 이용했다면 아마 얻을 수 없었을 컷들



높은 단상이나 조명, 꽃길 장식보다 스테인드 글라스

식 당일의 꽃 연출이나 신부 대기실, 포토 테이블 같은 장식 요소는 크게 준비할 게 없었다. 명동 성당 파밀리아 채플의 경우 꽃 장식은 기본 세팅 외에 추가 옵션이 아예 없었고(성당에서 최소한의 장식을 제공하고 추가적인 꽃 장식은 금지였다.), 신부 대기실이나 포토 테이블도 크게 선택할 수 있는 요소가 없었다. 아마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유명 업체나 호텔보다 예쁘기는 힘들 것이다. 사실 조명이 예쁜 신부 대기실, 높은 단상이나 화려한 꽃길 장식이 없더라도 작은 성당의 원목 의자가 주는 분위기와 스테인드 글라스면 충분했다.



TIP: 포토 테이블

포토 테이블은 결혼식 거의 며칠 전에 급히 준비했는데, 그럼에도 우리가 가장 만족했던 부분 중 하나다. 처음에는 우리가 스튜디오 촬영을 생략하기도 했고 하객분들의 대기 공간에 방해만 될 것 같아 포토 테이블은 아예 안 넣고 싶었다. 그런데 이미 성당에 지불한 기본 비용에 포함된 사항이라 필수로 테이블 세팅이 된다고 하셨고, 급히 뭐라도 넣거나 빈 테이블로 두어야 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연애 시절 사진을 넣자니 괜히 우리만 민망할 것 같았고, 어렸을 때나 가족사진을 두자니 소중한 사진들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고민하다 생각해 낸 방법은 결혼식 당일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챙겨가는 것이었다.

친한 친구에게 식 당일 우리의 모습, 가족들과 친구들 모습을 많이 찍어달라고 부탁했고 포토 테이블에 잘 올려만 놓아달라고 하니 너무 예쁘게 꾸며주었다. 친구는 신랑, 신부, 가족들, 친구들을 꼼꼼히 찾아서 사진을 찍어주었고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사진과 메시지들을 모아 다시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오히려 그 날의 추억들과 축하 메시지들이 담긴 큰 선물을 다시 받은 느낌이라 너무 고마웠다.



신부대기실 한쪽에서 친구들이 사진과 메시지를 적어주었다.
포토 테이블에서 하객 분들이 메시지를 적어주시는 모습





그리고 드디어 결혼식. 하객들이 성찬식에 참여한다!

미용실, 성당 야외 촬영, 신부 대기실을 거쳐 드디어 파밀리아 채플 홀에 들어갔고 본식이 시작되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우리 둘과 가족, 친구와 지인들과 함께 미사를 드렸고 결혼을 약속하는 시간을 보냈다.

신부님께서 해주시는 말씀과 기도로 결혼식을 할 수 있어서 더 의미 있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여느 미사처럼 성찬식도 진행되었는데, 천주교 신자인 지인과 친구들 중 처음으로 성찬식을 함께하고 미사를 드리는 경우도 있어서 더 기쁘기도 했다.



TIP: 모든 식이 끝나고, 우리만의 기념 촬영

결혼식 순서를 전부 마치고 양가 어른들께 인사를 드린 후 모든 일정이 끝났다. 그리고 우리는 집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옷을 갈아입고 기념 촬영을 위해 미리 예약해둔 사진관으로 이동했다.


결혼을 기념하는 흑백 사진 한 컷을 남길 계획이었다.

사실 우리가 스튜디오 촬영을 생략한 이유는 식 외에 별도로 신부 화장과 헤어, 드레스 대여 한 번을 추가할 때 드는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인데, 결혼식 당일 따로 기념사진을 남기면 추가 비용 없이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뿐인 비싼 화장과 헤어가 너무 아깝기도 했다!


미리 경복궁 근처의 마음에 드는 사진관을 예약해두고 말도 안 되는 저렴한 비용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결혼식을 마친 직후라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기쁘고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둘 다 힘듬을 느낄 새도 없이 즐겁게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결과물도 너무 마음에 들어 1년마다, 매 해 결혼기념일에 같은 사진관에서 기념 촬영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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