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태 Mar 11. 2021

남극에서 다시 읽은 섀클턴, 아문센, 스콧

불과 백년 전만 해도 목숨걸고 가던 곳인데..!


3월 6일 일기.


 오늘은 오전에 갑자기 섀클턴 생각이 나서 관련 글을 찾아봤다.

 섀클턴 아문센 스콧

 위대한 실패자/최초의 정복자/귀환하다 죽음을 맞이한..     

 그들이 목숨걸고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며 탐험했던 곳에 내가 와 있다니. 세상에. 초등학생 때 섀클턴 위인전 같은걸 봤는데 내가 남극에 와있네. 그땐 진짜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정말.

 지금이야 매너리즘에 빠져 출남극이 목표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고 명예의 상징이었던 남극에 내가 와 있다니

 심장이 쿵쾅거렸다. 남은 2주, 잘 만끽하고 가야지.     

 난 도전정신이나 모험심이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전제일주의.

 다만 호기심이 많고 해보고 싶은 건 꼭 해야하는 성격일 뿐.

 뭔가에 도전한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 혹은 실패해도 타격이 없을 것이라서 인 것 같다.     

---

 그저 미지의 세계 혹은 겁나 춥고 겁나 먼 곳 정도로 생각했던 남극을 다시보게 된 날이다.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목숨걸고 왔어야 하는 곳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투자를 받아서 남극점 정복에 성공하면 부와 명예가 따랐던 곳이다. 지금도 다른 지역에 비하면 쉽게 갈 수 있는 편은 아니지만, 바다표범이나 펭귄을 잡아먹어야 생존이 가능하진 않으니 얼마나 편해진건지. 추위는 몰라도 배고픔은 정말 없고, 그 추위조차도 건물이 있고 난방이 되고 거위털 파카가 있으니 훨씬 낫다.


 그럼에도 내가 가게 될 거라고, 게다가 거기서 일하게 될거라고, 그것도 요리 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십수년전 초등학생때뿐만이 아니라 남극에 가기 몇 달 전까지도 그랬다.

귀국하고 찾아본, 초등학생 때 읽었던 그 책. 집에 있던건 예전에 버리셨다고..


 오기 전의 설렘과 기대와 걱정은 두달쯤 지나니 거의 사라졌고, 매너리즘과 향수에 빠져 심신이 피폐해져가던 중이었다. 출남극을 2주 남기고 본 남극 탐험가들의 이야기에 다시 정신이 번쩍 든 셈이다. 조금 더 일찍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지금이라도 본게 어딘가 싶기도 하다.


 3월 7일엔 남극에서 처음으로 별을 봤다. 달은 2월 13일에 처음 봤는데 온전한 어둠의 형대로 진짜 밤이 찾아온건 조금 더 뒤였나보다. 엄청 밝고 반짝이는데 빠르게 지나가는게 있어서 물어보니 인공위성일거라는 대답도 들었다. 맨눈으로 인공위성을 볼 수 있구나.. 나는 난생 처음이었는데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눈썰미 좋은 분들은 자주 발견하나보다.

 밤이 찾아왔다는 얘기는 이제 일출도 볼 수 있다는 말. 아침저녁으로 일출과 일몰만 보고있어도 행복하다. 좀 많이 추워져서 문제지. 백야였던 1월 1일에 일출 만들겠다고 카메라 가렸다가 손 뗀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덧붙여. 혹시라도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시간들. 과연 그는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남극만 아니면 된다 병 발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