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초. 너무 심심하기도 했고 사람이 그리워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렸다. 작정하고 쓴 글을 퇴고까지 해서 올렸는데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내심 초조했다. 사실 12월쯤에 펭귄사진과 함께 짤막하게 올린 글은 댓글이 두 개만 달린채 묻혔기 때문에.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지. 댓글이 2~3분에 하나씩 달리고 좋아요에 스크랩에.. 페북이나 인스타에서 글 열심히 쓰고 얻은 반응을 다 합친 것보다도 훨씬 뜨거운 호응이었다. 지금이야 크게 연연하진 않지만(완전 초연하면야 좋겠지) 그땐 머나먼 곳에서 관심이 고팠던 상태라 무지 즐거웠다. 오죽하면 60개가 넘는 댓글과 질문들에 일일이 답변을 달고 며칠 뒤에 또 글을 썼을까. 저때 생각해낸 게 ‘남극의 주방’이라는, 내가 생각해도 썩 괜찮은 닉네임이다.
그 뒤로도 일주일에 한 두번씩 글을 올렸고, 요청에 따라 남극의 주방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긴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만 하면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에브리타임 메인에 걸렸으니 쓸 맛이 났지. 반응이 적으면 시무룩해지고.. 나중에 그 글들을 거의 복붙 수준으로 브런치에 올렸는데 또 다음 메인에 가서 놀랐다. 자랑이라기 보단 역시 글솜씨보단 소재가, 제목이 중요하구나 하는 깨달음이랄까.
사실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렸을 때까지만해도 내가 누군지 특정되거나 얼굴이 알려지는건 피하려고 했다. 관심은 좋으나 사생활은 보호받고 싶은 마음? 그래서 인스타 아이디를 물어본 댓글을 보고 고민을 좀 했다. 없다는 거짓말은 싫고 비밀이라고 하는건 또 웃겨서 결국 아이디를 적었고, 팔로워가 2~3명정도 늘었다. 두세명에도 막 갑자기 유명세가 올라가는 기분이고 부담이 됐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알아본다는게 무척 불편할 것 같아서. 예전에도 맨날 졸거나 자던 수업에서 종강즈음에 날 알아본 분이 있어서 얼마나 무안했었는데.
한국에 온 뒤로 펀자이씨툰 작가님 스토리에 등장하면서 하루에 수백명씩 팔로워가 늘었다가 또 매일 몇 명씩 줄어드는 아픔도 겪었고, 웹진·잡스엔·영상 인터뷰 등등을 하면서 얼굴도 공개돼서 이젠 좀 무덤덤하긴 하다. 하지만 ‘돈이 엄청 많고 아무도 날 몰랐으면 좋겠다’ 는 생각은 여전하다. 모두의 꿈 아닐까?
종종 에타에서 날 알아보고 댓글을 달거나 연락을 해오는 친구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글 쓸때의 나(특히 온라인에서)와 친구관계에서 실제의 나 가 조금은 다르다보니 머쓱할때가 많다. 뭐 그래도 친구 입장에선 엣헴 내 친구가 에타 유명인이다! 같은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같아서 나름 괜찮은 것 같기도?
에타에 글을 올렸을 때도 그렇고, 종종 인스타 스토리로 Q&A를 하면 진로나 고민 등으로 질문이 들어온다. 내가 뭐라고 이런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나 싶은 생각이 정말 크다. 진취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가고 생각이 깊어보여서 그런걸까. 사실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참 부끄럽고 무안하다. 게다가 tmi&tmt 이기에 조언을 해놓고도 너무 말이 많았다고 후회하고.
그래도 사실 모든 분들이 다 결국 알아서 잘 선택하리라 믿는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결국 선택은 자기 몫이니까. 그리고 거의 모든 답은 이미 스스로 알고 있는건지도 모르니까. 조언을 구하고 의견을 말하면서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알아서 해결되는게 대부분이니까. 답이 없어 보이는건 진짜 답이 없는거니까 부딪혀봐야하는걸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