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태 Apr 30. 2021

드디어 한국에

2019.11.01.~2020.04.29.

 1년전 오늘 138일간의 남극 생활과 40일간의 쇄빙선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했다. 뉴질랜드와 파푸아뉴기니를 거쳐 광양항으로 입항.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순서대로 써보자면, 나는 귀국날의 일출을 보겠다고 밤을 샜다. 새벽 3시가 다 되어갈 무렵, 드디어 창밖에서 불빛이 보였다! 한두개도 아니고 저 멀리에 비치는 불빛들을 보니 드디어 한국이구나 싶으면서 얼마나 기쁘던지. 어쩌다 거울을 보니 나조차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나도 모르게 내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그때 그 표정을 사진으로 남겼을까. 자세히 보고 싶어서 망원경이 있는 브릿지로 올라가서 유리알에 눈을 대고 육지를 본 순간,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건 배에서 나오는 불빛이었다. 배가 여기저기 많이 떠 있었기에, 육지의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대체 나의 행복과 그 엄청난 미소는 무엇이었나. 이게 플라시보 효과구나, 나는 해골물을 장독대로 마셨구나 싶었다.

 나중에 제대로 일출과 함께 육지를 봤는데 몇시간 전의 허탈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기뻤다. 아.. 집이다.. 와.. 집이다..

 지금도 기억나는건 아파트가 무척 신기했던 기분인데, 어떻게 사람이 저런데서 살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몇 개월동안 못봐서 그런가? 마지막으로 본 집들이 파푸아뉴기니의 열대지방식 가옥과 뉴질랜드의 단독주택들이라서 그런가? 아무튼 굉장히 생경했던 기억.


 오전에 배 내부에서 출입국 심사 마치고 계속 대기하다 하선은 오후 3시 56분에 했다. 어머니는 1시쯤 도착 하셨는데 창문 밖으로 보고 서로 얼마나 반갑던지. 내려서 아라온을 봤는데 생각보다 무척 예뻤다. 엄마는 아직도 배가 정말 멋졌다고 종종 말씀하신다.

 세관 짐검사에서는 뉴질랜드 헬기 조종사가 준 소세지랑 미트파이를 뺐겼다. 한국가서 먹으려고 아껴둔건데 이럴줄 알았으면 배에서 먹을걸.

 집에 오는 길에6개월간 떨어져 있으면서 만나면 엄청 신기할 것 같았는데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기해서 얼굴을 막 만져 봤던게 떠오른다.


 집에 와서 쓴 일기엔

 ‘차에 타고 두어시간 지나고 흥분이 가라앉고 나서부터 실감이 안 나기 시작했다. 이게 꿈인가? 남극은? 아라온은? 귀국은? 볼을 꼬집어보기도 하고. 깁에 와서도 엄마랑 있는게 신기하고 내가 집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 살을 빼야겠다. 너무 많이 쪘어.’

 라고 써있네.


 그리고 육지멀미. 40일간 배에 있었기에 한국땅을 밟자마자 육지멀미를 하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5시간 걸려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너무나 편했다. 하지만 새벽 두시에 샤워를 하고 누웠는데 갑자기 멀미가 시작됐다. 심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시야에 있는 모든 게 흔들리고 내가 누운자리도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배에 있는 것처럼 바닥 전체가 출렁였는데, 화장실에선 더 심해져서 변기 앞에 설때마다 손잡이를 잡았던 배 안에서의 생활이 떠오를 정도였다.


 쩝.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한달간 알바하느라 못 쓴 얘기도 있고, 저 위의 오늘이 4월 29일인데 몇분차로 늦어져서 30일이 되어버렸네.. 이젠 일상의 얘기나 독후감이 올라오겠지..


 그 동안 읽어주신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