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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니 Mar 23. 2023

대표가 모르는 줄퇴사가 이어지는 이유는?

사람인에 올려진 회사의 채용공고를 보며 그 일을 하다가 떠난 사람이 생각났고 앞으로 올 사람을 상상해 봤다. 최고령으로 회사에 입사하고 거진 1년이 되었다. 그 사이 나의 윗사람은 3번 교체되었고 채용공고는 입사 이후로 쭉 현재 진행형이다.


내가 겪은 첫 번째 직원의 퇴사는 쥐도 새도 모르게 진행되었다.

그 직원은 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일이 없어졌다. 대표는 그 직원에게 일주일 동안 생각할 시간을 줄 테니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얘기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일주일 후 그녀는 조용히 관뒀다.

대표는 어떤 의도에서 그렇게 얘기했을까? 직원들의 추측으로는 내보내고 싶다는 이유가 컸다는 거다. 그녀에 대한 평으로 친절하지 않아 말 걸기도 일을 부탁하기도 어렵다는 내용이 있었다. 대표도 동일하게 느꼈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뽑을 때는 필요하다고 뽑아 놓더니 일이 없다고 이렇게 나오다니 회사가 아니 대표가 직원을 소모품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아마 그 직원도 분명히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대표에게 많이 실망한 부분이다.


두 번째 퇴사자는 대표와 창업 전부터 친목이 있던 사람으로 회사 내의 핵심인력이었다.

이직을 한다는 이유로 퇴사했지만 실상은 이렇다. 주말 어느 날 회사 행사가 있었고 업무를 마치고 잘 끝났다는 보고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 대표에게 한소리를 듣고 그만뒀다. 아무 조건 없이 주말에 일을 한 것을 고맙게 생각하기는커녕 쓴소리를 했다고 많이 섭섭해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단적으로 그 일 때문에 퇴사한 건 아닐 것이다. 그동안 일을 하면서 서로 간에 쌓인 것도 많으리라고 짐작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직원이 대표가 퇴근한 것을 확인하고 모든 직원들을 자기 맘대로 1시간씩 일찍 퇴근을 시키다가 마침 사무실에 두고 온 것이 있어 되돌아온 대표에게  딱 걸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직원에 대한 대표의 신뢰는 떨어졌을 거라 예상되고 그 이후 대표는 직원들의 근태에 믿음을 갖지 못한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서로 신뢰가 깨지게 되면서 그 틈이 계속 벌어진 케이스란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를 듣고 유독 근태관리에 신경을 쓰는 대표가 이해가 되었다. 다만 그 벌어진 틈을 메우기 위한 노력은 했는지 궁금하다.


세 번째는 부대표라는 직급으로 온 대표와 친목이 돈독한 사람이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건강상 이유로 퇴사했다. 무엇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너무 빨리 퇴사해 알 수 없지만 대표의 오랜 숙원 사업을 실행시킬 사람인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숙원 사업이 그저 숙원으로 남겠구나라고 직감했는지도 모른다.  퇴사한다고 하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대표와 건강을 핑계로 매우 매끄럽게 퇴사했다고 얘기들을 한다.  


네 번째 퇴사는 나처럼 대표의 제안으로 일을 하게 된 한 직원이었다. 

내가 입사 전부터 있던 터라 가장 오랫동안 함께 일한 직원이기에 업무 스타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내 개인적으로 솔직히 평가한다면 영혼도 생각도 없이 단순히 주어진 일만 하며 업무 넘길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대표는 이 직원의 소통 방법이 맘에 들지 않았고 업무 성과도 의심스러워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맘에 들어하지 않는 행동과 성과들이 나오고 결국은 파국이었다. 한동안 깨지고 쓴소리를 듣는 상황이 지속되었고 그동안의 회사 분위기는 암울해졌다. 대표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결국은 퇴사를 선택했다. 그냥 누가 봐도 이렇게 될 거라 예측할 수 있는 수순이었다. 대표는 진짜 그녀를 내보내고 싶었던 걸까?라고 의문을 가지건 그녀가 퇴사하고 가장 힘들어진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대표였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는 대표가 신뢰하는 한 직원의 소개로 회사에 오게 된 사람으로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퇴사했다.

가장 근로자 다운 근로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 이유가 헛물을 켜느라 그런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입사 시에 대표가 이 회사를 한동안 맡아서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에 자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넘겨준다고 오해하고 입사했지만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자 퇴사했다. 하지만 그가 있는 동안 모든 직원들은 편안했고 다양한 업무를 배울 수 있었다.

대표 역시 이 직원이 백 프로 맘에 든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내 회사처럼 잘하는 직원이 기특하고 맘에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직원은 본인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분위기를 직감하고 약간의 스탠스를 바꾸면서 업무에서 틈이 생기고 대표는 그런 점을 못마땅해했다.


여섯 번째는 대표가 신뢰하는 바로 그 직원이 퇴사했다. 

대표가 신뢰하는 그녀이기에 하고 싶은 일을 끝내고 하반기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갔다. 알고 보니 그냥 일이 너무 많고 대표의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아 관둔 것이었다. 대표 스타일을 알기에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대표는 마감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정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교육 커리큘럼을 기획 기한을 내일 저녁으로 잡는다. 내일은 해당 직원이 휴가인데 말이다. 그러면 그다음 날로 간신히 기한을 넘기고 직원은 휴가일에 기획안을 만든다. 이런 식의 패턴이 반복되자 그녀는 대표에게 몇 번이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대표 스타일은 바뀌지 않았고 그녀는 퇴사했다. 퇴사의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했으니 대표는 본인의 업무 스타일이 문제가 있음을 모르고 있을 것 같다.


일곱 번째는.. 아직 미정이지만...

공공연히 '퇴직금만 받고'를 외치는 퇴직금 루팡으로 MZ세대의 직원이 될 거 같다. 여섯 번째로 퇴직한 직원과 막역한 사이로 지냈던 터라 그 직원이 퇴사하고는 본인도 곧 퇴사할 거라는 말을 달고 다녔다. 퇴사를 친구 따라  쉽게 결정하는 것이나 평소 그녀의 근태 이력과 업무 스타일이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다. 다만 수동적이어서 그렇지 할 일을 안 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적절하게 업무를 배치한다면 회사로서는 그녀가 있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대표는 자기였다면 절대로 뽑지 않았을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르치면 잘 따르는 면도 있다며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잠재적인 여덟 번째, 아홉 번째 퇴사자는 대기 중일 것이다.

아무도 내색하지 않지만.....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


작은 회사이기에 직원들이 느낄만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대표와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기에 대표의 태도나 말 한마디가 무척 중요하다. 물론 저들의 퇴사의 이유가 100프로 대표에게 있냐고 묻는다면 잠시 주저하게 되긴 하다. 하지만 대표 30프로, 대표의 업무스타일 30프로, 회사 문제 40프로 이렇게 나누어보니 결국 대표 100프로로 수렴된다. 회사 문제도 곧 대표 문제로 귀결되기에 그렇다.


이런 모든 줄퇴사에도 대표는 꿋꿋했고 이 줄퇴사의 원인을 '스타트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했다. 거진 두 달에 한번 꼴로 직원들이 퇴사했는데 '스타트업의 한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란 진심 어린 핑계를 대 애먼 곳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퇴사를 얘기하는 직원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매서운 눈빛을 보낸다.  붙잡지도 그 이유를 묻지도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같이 할 수 있는지 알아보지 않는다. 그렇게 한다 해도 그 이유의 대부분이 바로 '당신'이라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을 텐데.. 이유조차 묻지 않는다면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는지.... 혼자서 찾아낼 때까지 직원들의 줄퇴사를 계속 감당할 수 있을는지.... 정말 감당하실 수 있겠냐고 묻고 싶다.


동시에 나는 어리숙한 초보 대표의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내가 일이 처음이듯 대표도 이번이 처음이기에. 아마도 내 안에서는 이런 회사라도 이런 대표라도 계속 일하고 싶은가 부다.  긍정적인 건 내가 입사한 작년보다 대표도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표도 우당탕탕 대표가 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더 좋은 대표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거라 믿고 하루빨리 줄퇴사의 이유를 깨닫기를 바라본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만 본다는 과외쌤 광고를 만났다. 순간 나만 본다니 꽤 부담스럽겠다고 생각했다. 대표님은 나만 보지는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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